[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임원 대상 장기성과인센티브(LTI)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총 지급 규모는 513억원 수준으로,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16억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가 LTI를 주식으로 지급한 것은 임원의 책임 경영을 강화해 회사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속도를 내기 위한 취지로 보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뉴시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임원 622명에게 보통주 77만9315주, 총 513억5685억원 규모의 LTI를 지급하고 지급 내역을 공시했습니다. LTI는 만 3년 이상 재직한 임원을 대상으로 지난 3년간 경영실적에 따른 보상을 향후 3년 동안 매년 나눠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성과에 따라 평균 연봉의 0~300%가 책정됩니다. 지난해 성과를 기반으로 매년 2월게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나 반기마다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금(TAI)과는 다른 성격의 성과급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임원 성과급 중 50~100%를 자사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전체 성과급에서 자사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무 50% 이상, 부사장 70% 이상, 사장 80% 이상, 등기임원 100% 등입니다.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의무적으로 성과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자사주로 받아야 합니다.
성과급의 80~100%를 주식으로 받는 사장급 중에서는 전체 25명 중 19명이 LTI를 받았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나머지 5명은 타 계열사 이직 등을 이유로 근무일이 3년 이상이 되지 않아 LTI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은 LTI를 수령한 인사는 노태문 사장입니다. 총 2만2679주를 받았는데, 지급일인 지난달28일 당시 주가(7만400원)를 기준으로 하면 15억9660만원에 달합니다. 정현호 사업지원TF 부회장은 1만3419주(9억4469만원)를 수령했고,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은 9820주(6억9132만원)를 받았습니다.
반도체 사업 부서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경우, 김용관 전략담당 사장이 6349주(4억4696만원),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6220주(4억3788만원),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3116주(2억1936만원)를 받았습니다. 아울러 최원준 모바일경험(MX)사업부 개발실장(사장)과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각각 6722주(4억7322만원), 2869주(2억197만원)를 수령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임원들에게 지급한 LTI를 평균값으로 환산할 경우, 이들은 1인당 약 8250만원을 주식으로 수령했습니다. 다만 개인의 선택이나 소득에 따라 주식 수와 세금이 달라져 실수령 규모는 더 적을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상무는 상여금의 50%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만큼 개인별 LTI 주식 수령 규모에 차이가 생기는 겁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임원 LTI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이유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성과급이나 인센티브를 주식과 연동하게 되면, 임원들이 실적 개선과 주가 관리 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삼성SDI·삼성SDS·삼성전기 등 삼성전자 계열사들은 내년부터 임원들에게 LTI 중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가 먼저 LTI를 주식과 연계하자 계열사들이 동참하는 모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게 되면, 주가 상승으로 본인의 성과급도 늘어나니 기업가치 제고를 더 중요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