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지각변동…판 흔드는 '에이피알'

'K-뷰티 무대' 바꾼 신흥 강자…셀럽 의존 구조는 양날의 검
전통 강자 제친 초고속 성장…지속성과 리스크 관리가 관건

입력 : 2025-08-11 오후 3:34:2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글로벌 뷰티 기업 에이피알이 비상장 스타트업에서 중견 기업으로 기업 입지를 높인 데 이어, 국내 대표 뷰티 대기업들을 제치고 대장주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북미 중심의 온라인 전략과 빠른 수익성 개선 기대가 주가 상승을 이끈 주요 배경으로 꼽힙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1년 6개월 만에 화장품 업종 시가총액 1위에 올랐습니다. 지난 10일 기준 종가는 22만9000원, 시가총액은 약 8조7501억원으로 아모레퍼시픽(7조4227억원)과 LG생활건강(시총 약 4조6386억원)을 상회했는데요. 
 
에이피알 성장의 핵심은 '무대의 이동'입니다. 과거 K-뷰티의 성장은 중국 및 면세점 채널이 주도했지만, 에이피알은 처음부터 북미와 온라인을 핵심 시장으로 설정했습니다. 그 결과 사드, 팬데믹, 현지 경쟁 등의 외부 충격에 비교적 적게 영향을 받았는데요. 
 
메디큐브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미니 플러스 장원영 화보. (사진=에이피알)
 
브랜드 인지도 급상승의 외적 촉매는 SNS와 셀럽 노출이었습니다. 약 2년 전 미국의 유명 모델 헤일리 비버가 에이피알의 미용기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확산되며, 제품 인지도와 'K-뷰티 하이테크' 이미지가 빠르게 퍼졌죠. 이러한 바이럴 효과는 초기 진입 비용에 비해 매우 높은 투자수익률(ROI)을 만들어냈습니다. 
 
매출 구조의 변화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데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말 55%에서 올해 2분기에는 78%로 급증하였고, 특히 미국 비중이 29%로 국내(22%)를 넘어섰습니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서구권 매출 비중은 17.8%, LG생활건강의 북미 비중은 9%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유통 모델의 전환(D2C, 온라인 중심)은 비용 구조와 성장 레버리지를 동시에 개선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에이피알은 아마존, 틱톡샵 등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직접판매(D2C)를 확대하며, 오프라인 고정비를 줄였는데요. 이는 매장 확장에 따른 고정비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가격 및 프로모션 운영에 있어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다만 이러한 성공에는 우수한 운영 능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인데요.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직판은 주문 변동성이 크고, 물류 및 재고 관리가 핵심 요소"라며 "에이피알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즌성 수요에 맞춰 생산 및 재고를 얼마나 탄력적으로 운영했는지, 또한 지역 공장·3PL 파트너·풀필먼트 네트워크 등 공급망을 어떻게 다변화했는지가 향후 성장 지속성의 핵심 변수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이피알과 전통적 뷰티업체와의 또 다른 차별점은 제품 및 브랜드 포지셔닝입니다. 에이피알은 미용기기와 기능성 스킨케어를 결합한 '테크 기반 뷰티' 이미지를 강화하며, 가격과 경험 측면에서 프리미엄과 대중성의 간극을 좁혔는데요. 특히 디지털 콘텐츠(사용법·리뷰)를 통해 사용 경험 자체를 판매하는 전략은 젊은 소비층 확보에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도 기존 대형사들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가 에이피알에 기회로 작용했죠.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은 여전히 중국, 면세점, 오프라인 비중이 높아 리스크 분산 및 민첩한 채널 전환에 있어 한계가 존재합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자본력, R&D, 유통망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 및 북미 공략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는 만큼, 경쟁은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셀럽 리스크·플랫폼 의존…불안 요소도 뚜렷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매출의 미국 및 특정 플랫폼(아마존 등) 의존도가 높아 플랫폼 정책 변화, 알고리즘 리스크, 유통 수수료 상승 등에 취약하기 때문이죠. 또 셀럽 및 바이럴 의존은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환율, 무역 규제, 제품 성분 및 안전성 관련 글로벌 규제 등으로 인한 비용 증가나 판매 차질 가능성도 주의해야 하는데요. 투자자들은 성장 지속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면밀히 평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이익 성장에 대한 선반영 성격이 강한데요. 시장은 에이피알의 빠른 영업이익 전환(2분기 846억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북미 및 온라인에서의 추가 확장(얼타 뷰티 입점)이 확인되는 순간 프리미엄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2015년 아모레퍼시픽이 시가총액 25조원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장 점유율, 브랜드 파워, 글로벌 포트폴리오 등 지금과는 다른 조건들이 있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에서는 꼬집습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비교적 명확하다는 분석입니다. 에이피알의 급부상은 K-뷰티의 '무대와 방식'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는데요. 다만 이 변화가 장기적인 우위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실행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는 조언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이피알(APR)은 SNS 마케팅과 셀럽 마케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기업인데, 빠른 트렌드를 잘 읽고 반응했다는 점이 주요 성공 요인이었지만 동시에 이런 트렌드 기반 성장에는 한계도 존재한다"며 "지속적으로 유행을 선도하지 못하면, 빠르게 성장한 만큼 빠르게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셀럽 리스크'라며, 셀럽이 이슈에 휘말릴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지속적으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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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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