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폭염의 그림자' 기후위기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21명에 달해
폭염 빈도·강도↑…기후위기 직격탄
피해의 무게, 사회적 약자에게만 '집중'
기후대응기금은 재정 안정성 '위협'
기업이 할당받는 배출권 90% '무상'

입력 : 2025-08-11 오후 4:10:23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지난 5일 부평역 인근 광장에 70대 여성 A씨가 쓰러졌다. 구급차가 도착했을 땐 의식이 희미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 추정은 '열사병'. 당시 A씨의 체온은 40도를 웃도는 상태로 알려졌다. 기상청 발표 폭염특보가 있던 그날엔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만 3명에 달했다. 최근에는 제초 작업 이주노동자가 쓰러져 숨졌고 카트 노동자의 비극 등 지난 5월20일부터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에 달하고 있다. 
 
폭염은 더이상 여름철 더위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 사망자는 매년 증가 추세로 역대급 더위를 기록한 2023년 여름부터는 피해가 재난에 가깝다.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는 얘기다. 
 
특히 폭염 아래 노출된 노동자나 취약계층은 제도적 보호망이 작동했다면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를 통해 위험이 모두에게 다가오지만 피해의 무게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구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후 과학자들은 이미 경고해왔다.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약 1.2도 상승하는 등 끓고 있는 폭염의 빈도와 강도는 기후위기의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말이다. 현 추세대로면 2030년 전후 폭염일수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건강·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충격파를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폭염은 태풍·홍수처럼 눈에 보이는 파괴력이 낮기에 재난 인식이 늦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망자와 환자 수로 보면 '1등급 재난'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 17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규칙 개정으로 폭염 휴식권이 가동된 것도 기후위기 시대의 생존 조건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의 피해 집중은 왜 반복되는가. 현장 작업자에 대한 보호 부족, 냉방비 부담에 시달리는 노년층, 제도적 한계 등은 매년 반복돼온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폭염뿐만 아닌 대형산불·태풍·홍수 등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을 반복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재정 안정성을 위협받고 있는 기후대응기금의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은 적정한 유상할당 비율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 제69조에 따라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을 2022년 설치한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6일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시행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후대응기금은 지난 2023년 약 2조5000억원, 2024년에는 2조4000억원, 올해 예산안 기준 2조6200여억원 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수입원 구조는 온실가스 배출권 경매 수익,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 공자기금 예수금 및 타 기금·회계 전입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후대응기금의 용도는 온실가스 감축 기반 조성·운영,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산업·노동·지역경제 전환 및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지원 등이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악화된 지역이나 피해를 받는 노동자 계층에 대한 일자리 전환·창출 지원이 담겨 있다. 
 
수입원 구조는 온실가스 배출권 경매 수익, 교통·에너지·환경세 전입금, 공자기금 예수금 및 타 기금·회계 전입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후대응기금 수입 수납액을 보면 2조3058억3000만원으로 당초 계획액인 2조3918억700만원 대비 수납률이 96.4%다. 계획현액 2조2872억7700만원 대비로는 100.8%다. 
 
당초 계획액 대비 수납액이 감소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권 매각대금 수납액(기타재산이자외수입)이 당초 계획액보다 1020억1700만원 적다. 일반회계전입금도 당초 계획액 대비 524억1200만원 적게 수납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 회계연도 결산 분석을 보면, 배출권 경매 수익이 감소하는 데다, 유류세 인하 및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도 줄고 있어 기후대응기금의 재정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특히 기후대응기금 수입 중 배출권 매각대금 비중이 8.1%에 불과하고 계획 대비 낮은 수납 실적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유상할당 비율이 5% 미만인 데다, 배출권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등의 원인에 기인한다고 지목하고 있다.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1~2025년 제3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 기업이 할당받는 배출권(KAU) 총량의 90%는 무상이다. 유상은 10%에 그친다. 최근 5년간 유·무상 할당배출권(KAU) 공급량을 보면, 전체 할당 배출권 중 유상 할당배출권 비중은 2020년 1.89%,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3.68~3.81%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27%로 매년 95%를 초과하는 할당배출권이 사실상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상 할당 배출권의 공급이 과도해질 경우 유상할당 경매에 참여할 유인이 적어 배출권 수요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배출권 가격도 하락하게 된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경매한 KAU22의 톤당 낙찰가격은 2만1181원이나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KAU23의 톤당 낙찰가격이 9351원에 불과했다. 2024년 7월부터 경매한 KAU24의 톤당 낙찰가격은 10435원 수준이다. 
 
2024년 12월까지 낙찰된 KAU24 수량이 KAU22 수량보다 많지만 낙찰가격은 절반 이하로 배출권 매각대금이 더 적은 게 현실이다. 
 
당초 계획보다 배출권 매각수입이 감소하면서 기금의 지출사업 집행엔 제약이 발생한다. 기후대응기금 운용상에 비효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배출권 가격의 지속적 하락 요인으로 코로나19, 경기둔화 등에 따른 배출권 수요 감소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의 낮은 유상할당비율(국내 총 4.4%)로 인한 배출권 공급 과잉 등도 포함돼 있어 내·외부적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수립 때에는 적정한 유상할당 비율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배출권 이월제도의 단계적 완화, 경매 참여 대상의 확대 등 자체 수입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배출권 매각대금 외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추가 발굴할 필요성도 요구되고 있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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