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재생에너지 출력제어' 판결이 남긴 과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는 '구조적 공백'
계약에 기초하면서 공권력에 준한 모순
'계통 포화'가 아닌 '유연성 부족'
자기제약 사유 재검토 주장
법원 각하 판결 이후를 묻다

입력 : 2026-02-06 오후 4:23:05
[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올해 초 서울행정법원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조치에 대해 제기한 행정소송을 '각하'했습니다. 판결 내용을 들여다보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둘러싼 현행 전력계통 운영 체계가 얼마나 큰 책임 공백과 제도적 모순을 안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기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조건에도 발전량을 줄이거나 멈추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발전설비의 고장이나 자연 조건의 문제가 아닌 전력계통 운영상의 판단에 따라 인위적으로 이뤄지는 조치입니다.
 
출력제어는 주로 전력 수요가 낮은 시간대, 특히 봄·가을의 낮 시간처럼 태양광 발전이 많고 전력 소비가 적은 경부하 시기에 발생합니다. 이때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계통의 주파수와 안정성을 들어 일부 발전기의 출력을 줄이는 등 균형을 맞추는 식입니다.
 
 
지난해 11월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아시아 배터리 쇼에서 관람객이 태양광 패널 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조정 부담이 재생에너지에 우선적으로 전가되는 구조를 지닌다는 점입니다. 석탄·가스·원자력 발전소는 '필수운전 발전기'로 지정돼 최소 발전량이 보장되는 반면, 출력 변동이 가능한 재생에너지는 가장 먼저 줄어야할 대상이 되고 있는 겁니다. 그 결과 햇빛과 바람이 충분한데도 전기가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단순한 기술적 조치가 아닌 '어떤 발전원을 우선 보호하고 어떤 발전원을 조정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라는 전력계통 운영 원칙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출력제어가 늘어날수록 재생에너지 투자 수익성은 악화되고 지역 수용성과 에너지 전환을 흔들릴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겁니다.
 
법원은 무엇을 판단했나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출력제어의 필요성이나 타당성, 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사이의 우선순위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판단의 범위는 철저히 절차적·형식적 문제에 한정된 겁니다.
 
실제 출력제어를 집행한 주체는 누구일까요. 전력거래소는 계통 운영을 위한 제어계획을 수립하고 목표 제어량을 통보하는 역할을 할 뿐, 개별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얼마만큼의 출력제어를 할지 결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주체는 한국전력공사라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또 한전이 행정청으로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 발전사업자와 체결한 전력구입계약 및 배전설비 이용계약에 근거해 계약상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봤습니다. 계약서에는 '필요 시 출력제어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1일 전남 신안군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전남 해상풍력 1단지 준공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두 가지 판단을 종합해 출력제어 조치는 행정처분이 아니며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고 판단, 소를 각하한 겁니다. 즉, 출력제어가 옳은지 그른지는 법원의 심판대에 오르지도 못했습니다.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면 결국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행정적·사법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기후솔루션 측도 입장문을 통해 이 점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전력계통 안정이라는 공적 목적에 따라 사실상 공권력에 준하는 효과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는 '구조적 공백' 상태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출력제어의 진짜 원인은
 
책임질 주체가 모호하다는 점도 이번 판결이 남긴 뼈아픈 대목입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진짜원인은 '계통 포화'가 아닌 '유연성 부족'이라는 점을 주창합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계통이 불안정해지면 재생에너지부터 멈추는 현실 내면에 석탄, 가스, 원자력 등 이른바 '필수운전(Must-run) 발전기'를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경직된 운영 구조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필수운전 발전기 중 상당수가 실제 계통 안정 때문이 아닌 발전소 자체의 시험운전이나 열공급 등 '자기제약' 사유로 가동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3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5년 5월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지정된 69대(열제약 10대 포함)의 필수운전발전기 중 계 통제약 사유로 지정된 발전기는 단 15대(약 22%)에 불과했다. (출처=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 측이 근거로 내민 2025년 5월31일 특정 데이터를 보면, 육지 필수운전 발전기 69대 중 실제 계통 안정에 필요했던 것은 15대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78%는 발전사의 사정 때문에 가동하면서 재생에너지가 들어설 자리를 밀어낸 셈입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전영환 교수는 "재생에너지 입찰시장을 계획할 때 열병합·원전 등 자기 제약 발전기 또한 입찰에 참여해 재생에너지와 경쟁해야 한다"며 "발전기 자기 사유로 발전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특혜 시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솔루션 측은 필수운전 발전기 지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계통 안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기제약 사유까지 포함해 광범위하게 필수운전으로 묶는 관행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전제로 한 계통 운영과 양립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 산정 기준과 관련해서도 투명한 공개와 단계적 하향 조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과 국제적 추세를 고려하면 현재의 높은 최소출력 보장은 더 이상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북 울산 울주군에 건설 중인 새울3, 4호기(사진 오른쪽부터 3호기) 모습.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출력제어와 계통 접속 제한에 관한 정보 공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꼽았습니다. 언제, 왜, 어떤 발전기가 출력제어 대상이 됐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 한 정책 결정에 대한 사회적 검증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박사는 "태양광 출력제어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하더라도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 정부조차 변동성 재생에너지 주도 전력망에 적응하도록 지난 2021~2025년 가동 중 석탄화력발전 300GW 설비를 개조해 최소발전용량을 30%까지 낮추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반해 "국내 화력발전기의 최소발전용량은 대략 50~60% 수준으로 큰 격차를 보이며 유연성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추세에 따라 최소 발전용량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각하 판결 이후를 묻다
 
이번 각하 판결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논의를 종결한 결정이 아닌 만큼, 사법적 판단 뒤에 숨어 있던 정책적 책임을 정면으로 드러낸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정부와 전력기관이 답해야 할 때입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고 말하면서 실제 계통 운영은 화력발전을 우선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 출력제어 논란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침묵 결정을 '면죄부'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침묵이 곧 또 다른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전력계통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번 판결이 남긴 진짜 과제는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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