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주택정책 톺아보기)②지분 쌓는 적금주택…'이재명 기본주택' 대체

분양가 10~25%만 최초 지불…20~30년 동안 소유권 지분 취득
기본주택 취지 계승…김동연 지사, 사각지대 소득 4~6분위 타깃
이재명정부도 뒷받침…경기도, 정부와 세금 감면·대출상품 협의

입력 : 2025-08-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적금주택)'을 통해 이재명 전 지사의 기본주택을 대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초기 자본을 상대적으로 덜 부담하고 적금 붓듯이 비용을 나눠 내는 분양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려는 겁니다. 
 
적금주택은 지난 2021년 개정된 '공공주택 특별법'에 들어 있는 개념입니다. 공공주택 특별법에서의 용어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지만, 경기도청은 비용을 분납해서 주택을 소유하는 게 마치 적금을 꾸준히 붓고 만기 때 수령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적금주택이라는 명칭을 따로 붙였습니다. 
 
적금주택은 자본과 자산이 부족한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초기 비용을 상대적으로 덜 들이는 대신 추가 비용을 분납해 주택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분양주택입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의 공공주택사업자가 입주자와 소유권 지분을 나눠 가지는 방식입니다. 입주자는 분양가의 10~25%를 최초 부담한 후 20~30년에 걸쳐 분할해 지분을 취득합니다. 4~5년마다 분양가의 10~25%씩을 분납하고 이에 대해 정기예금 이자율만큼의 이자도 추가해 지분의 100%를 가질 수 있는 겁니다. 입주자는 지분 100%를 가지기 전에는 GH가 가진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내게 됩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수분양자 지분 취득 시뮬레이션. (그래픽=경기도청)
 
입주자는 적금주택을 제3자에게 전매할 수도 있습니다. 지분을 100% 얻지 못하더라도 주택 전체를 팔아 GH와 지분 비율대로 나눠 가지는 게 가능합니다. 전매하기 위해서는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5년 동안 적금주택에 거주하고, 입주자로 선정된 날로부터 10년 동안 전매 제한 기간을 채워야 합니다. 
 
경기도청은 적금주택 추진 취지를 주거 정책의 사각지대 해소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소득 1~3분위를 겨냥한 정책이고, 공공분양주택은 자금 여유가 있는 소득 7분위 이상이 수혜자가 되기 쉽습니다. 소득 4~6분위는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자격을 얻기는 힘들고, 공공분양주택을 가지기에는 돈이 모자랍니다. 이들에게는 적금주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에 경기도청과 GH는 오는 2026년까지 수원시 광교신도시 A17블록에 240호, 광명 학온 공공주택지구에 865호의 적금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겁니다. 또 경기도청은 '2024년 경기도 주거종합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3기 신도시 주택 사업과 기회타운 등 신규 개발 사업을 활용해 적금주택 1만1000호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광교신도시 A17 블록 위치도. (그래픽=경기도청)
 
적금주택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이던 시절에 추진했던 '기본주택'을 대체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가 소득에 상관없이 장기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입니다. 주거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기본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자격 폐지·완화'라는 입법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에 김 지사는 기본주택의 취지를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찾기로 했습니다. 적금주택은 김 지사가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주택 브랜드입니다. 김 지사는 지난해 4월24일 열린 도정회의에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라든지, 공공지원 민간임대라든지, 분양전환 임대주택 같은 것들 등등 청년기회주택뿐만 아니라 주거 문제 해결이 경제와 민생을 돌보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2023년 2월27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기주택도시공사 혁신비전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이재명정부도 적금주택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10일 새 정부가 출범하고 처음 열린 국정 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국토교통부는 이익공유형, 지분적립형 등의 주택 모델을 발굴하는 공공분양 방안을 내놨습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공공분양 아파트는) 지분적립형, 이익공유형 등 추후에 다양한 것들을 개발하면서 특성에 맞게 다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경기도청도 적금주택에 대한 세금 감면, 대출 상품 개발 등을 중앙정부, 시중 은행들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입주자가 지분을 사들이는 데 20~30년이 걸리기 때문에 GH 입장에서는 적금주택 수익성이 다른 분양주택보다 떨어집니다. 그러면서도 GH는 장기간 주택을 소유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인세와 재산세를 내야 하는 겁니다. 또 분양가 5억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4~5년마다 1억원 내외를 내고 지분을 취득하는 게 부담스러운 입주자도 있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적금주택에 대한 대출상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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