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 업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지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좀처럼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대형마트 업황이 빠르게 침체하고 있는 데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높은 점이 인수 측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원활한 매각을 위해 최근 점포 폐쇄 등 볼륨 줄이기에 나섰지만, 이는 한편으로 본연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선택인 만큼 홈플러스의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습니다.
18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내달 10일입니다. 앞서 홈플러스의 본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지난 6월12일이었지만, 회사의 유지 가치를 판단하는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에 따라 7월10일로 연장된 바 있는데요.
여기에 홈플러스가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9월10일까지 다시 기한이 연장됐습니다. 물론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의 연장은 최대 1년 6개월까지 가능한 만큼, 추후 기한이 다시 늘어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회생절차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습니다. 이마트, CJ, 쿠팡, 농협, 중국계 징둥 등 유통 대기업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 물망에 올라 있지만, 이들 기업 어느 하나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곳은 없습니다.
홈플러스는 조건부 인수 예정자를 정해 놓고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인데요. 아직까지 후보자가 추려지지 않다 보니 공개 입찰로의 단계 역시 막힌 상황입니다.
이처럼 M&A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자 홈플러스는 더욱 볼륨을 줄이는 선택에 나섰습니다. 먼저 홈플러스는 68개 임대 점포 가운데 임대료 조정 협상에 진전이 없는 15개 점포에 대해 순차적인 폐점을 진행키로 했는데요. 이렇게 되면 회생 전 폐점이 확정된 8곳을 포함해 총 23곳이 문을 닫게 됩니다.
아울러 홈플러스는 본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제도를 실시하고,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임원 급여의 일부 반납 조치를 회생이 성공할 때까지 지속한다는 방침도 세웠는데요.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 개시 후 홈플러스의 자금 상황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일부 대형 납품업체들이 정산 주기를 단축하거나 거래 한도를 축소하고, 선지급과 신규 보증금 예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가 전 M&A를 통한 회생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어, 최후의 생존 경영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홈플러스의 자구책 마련에도 적합한 인수 후보군이 등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유통산업의 축이 최근 수년간 급격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함에 따라 대형마트의 입지 자체가 좁아진 탓입니다.
게다가 법원이 M&A를 허가했음에도 시장에서 판단하는 홈플러스의 계속기업가치(2조5000억원)보다 청산가치(3조7000억원)가 높은 점 역시 인수 업체 측면에서는 상당한 부담입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가 원활한 매각을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이는 직원들 생계 문제라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낳고 있다"며 "게다가 조직이 작아지면 확보할 수 있는 물품이 적어지고, 바잉 파워가 떨어지는 역효과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를 감안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경기 지역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