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확장적 재정정책, 혁신 성장의 마중물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

입력 : 2025-08-27 오전 10:43:56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2025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대체로 1% 내외의 낮은 수준이다. 이는 작년 말 계엄·내란 사태와 이후 탄핵과 대선까지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관세 협상 등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가 겹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이러한 불확실성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수출과 소비심리 호전으로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가 일부 상향되고 있으나 올해 성장률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인 2% 수준을 크게 밑돌 것이다. 2000년 이후 1% 이내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0.7%) 코로나 팬데믹 위기 등 두 번만 경험한 수치이다. 
 
이러한 경기순환 측면과 더불어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 등 국제 환경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확장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2025년 하반기 및 2026년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경기 회복 국면을 창출하는 한편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에도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의 재정정책 공간(fiscal space)이 충분한지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국가부채 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현재 재정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Global Debt 데이터베이스의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사회보장기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OECD 36개 회원국(자료가 없는 뉴질랜드와 멕시코 제외)의 평균이 2023년 기준 71.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FRED 데이터베이스 이용)의 해당 비율은 50.7%로 OECD 평균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 5000만명 이상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상회하는 독일, 미국,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7개 주요국의 경우 해당 비율이 평균 126.7%로 OECD 평균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반면 유로존에 포함되지 않은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이스라엘, 체코, 폴란드, 헝가리 등 독자 통화 유럽 국가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47.6%로 나타났다. 
 
이들 나라의 인구수는 평균 약 1300만명으로 향후 우리나라 일반정부 부채비율의 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인구수와 향후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고려할 때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47.6% 아래로 떨어지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는 OECD 평균인 71.6%를 우리나라의 재정정책 공간의 상단으로 판단한다. 다만 다양한 국내외 기관에서 예측 하듯이 우리나라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이에 따른 복지 지출 등을 고려할 때 향후 해당 비율은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결국, 두 가지 선택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해당 비율이 앞으로 빠르게 상승할 것이므로 예상된 경로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주어진 정책 공간을 지혜롭게 잘 활용하여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 
 
필자는 후자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정부 재정을 함부로 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적극적인 정부 투자를 통해 경기순환에 대응하는 한편 구조 개혁을 뒷받침하여 성장의 마중물과 혁신 성장의 밑거름을 만들어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성경에는 주인이 먼 길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은전을 하나씩 나누어 주는 우화가 나온다. 큰돈을 받았기에 땅에 묻거나 수건에 싸 두었다가 고스란히 다시 돌려준 종은 주인에게 꾸지람을 받지만, 그 은전을 종잣돈으로 잘 활용하여 그 규모를 키운 종은 큰 칭찬을 받는다. 미래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주어진 여건을 잘 활용 할 수 있도록 공동체의 지혜와 역량을 발휘할 때이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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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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