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이 금감원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해 가지급금을 먼저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앞서 27일 MBK파트너스에 대한 조사를 전날 재개하며, 홈플러스 사태가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28일 오전 '홈플러스 전단채 투자자 대상 긴급 운영자금 지원 방안 청원' 을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약 20명의 피해자가 참여해 서류를 제출했으며 온라인을 포함하면 전체 민원 참여자는 30명 안팎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이 원장 이번 민원이 체제에서 첫 번째로 제기된 집단 민원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정희왕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은 "홈플러스와 MBK는 협상에 나서지 않고 증권사들도 금감원의 눈치를 보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금감원이 사안을 직접 검토하는 만큼 1호 민원을 통해 가지급금을 먼저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전임 원장 체제에서 실질적 구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피해자 A씨(59세)는 "이복현 전 금감원장 시절에도 조사가 있었지만 검찰 수사가 지연됐다"며 "새 원장 체제에서는 선보상이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 B(41세)씨는 "금감원이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하면 증권사들이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지급에 나설 수 있다"며 "가지급금 50%라도 지급된다면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비대위는 이번 민원에서 금감원에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민원에는 전단채 발행 과정의 문제와 사기성 의혹, 그리고 금감원이 비조치의견서를 내려 피해자 유동성 지원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태처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들은 주장했습니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당국이 특정 행위에 대해 제재하지 않겠다고 회신하는 문서로 2020년 라임·디스커버리 사태 당시 은행과 증권사들이 30~50% 수준의 선지급을 진행할 수 있었던 근거로 활용된 바 있습니다.
이번 집단 민원은 전날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한 것과도 맞물렸습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앞서 27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에 조사 인력을 투입해 현장 조사를 벌였으며 지난 4월 사건을 검찰에 통보한 지 4개월 만의 재조사입니다. 조사 대상은 홈플러스 인수 과정의 펀드 출자자 모집, 차입매수(LBO) 구조, 불공정거래 여부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복현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은 홈플러스와 MBK가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에 유동화전단채를 발행한 정황을 확인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사안을 다시 점검하는 것은 이달 취임한 이찬진 금감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이 원장은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해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과도한 구조조정과 연이은 폐점으로 서민들의 삶에 고통을 준 대표적인 '악덕 투기자본'으로 지목되는 업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 6월부터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했지만 뚜렷한 인수 후보를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자금난이 심화되자 15개 점포 정리를 결정했고, 정치권이 MBK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오고 있었습니다. 정 위원장은 "이번 민원은 단순한 개인 피해가 아니라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통해 금융사가 선보상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단 민원 접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