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 김충현씨 동료들 '불법파견' 인정…“한전KPS, 하청노동자 직고용해야”

재판부 “한전KPS 지시로 하청 노동자들 일해”
산재 사고 배경인 ‘다단계 하도급’ 끊어질까
노동계 “한전KPS, 항소 말고 직접고용 이행해야”

입력 : 2025-08-28 오후 3:04:5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한전KPS가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노동자들은 지난 6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충현씨의 동료들입니다. 김씨 사망사고 배경으로 다단계 하도급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인해 정부와 한전KPS가 하청 노동자들을 즉각 직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28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근로자지위확인 사건 승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28일 김영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장 등 24명이 한전KSP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김 지회장 등은 지난 2022년 6월 위험의 외주화와 중간 착취를 지적하며 이번 소송에 제기했습니다. 
 
소송이 길어지는 사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선 김충현씨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김씨는 지난 6월2일 태안화력발전소 내 공작실에서 혼자 작업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습니다. 김씨는 한국파워O&M 소속으로 서부발전 2차 하청업체 비정규직이었습니다. 서부발전은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며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에 정비 업무를 위탁했고, 한전KPS는 이를 한국파워O&M 등에 재하청했습니다. 7년여 전 하청 노동자인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하청 노동자가 사망한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소송은 김씨의 사망사고로 인해 더욱 주목받았습니다. 노동계는 다단계 하도급이 김씨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원하청 구조에서 위험 요인이 가장 취약한 집단에 집중됐단 겁니다. 
 
재판부도 김 지회장 등 하청 노동자들이 한전KPS 지시를 받으면서 한전KPS를 위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한전KPS 직원들은 오전 회의에서 당일 수행할 구체적 작업 내용과 인원을 정했는데, 원고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며 “한전KPS 직원을 책임자로, 원고들을 팀원으로 하는 2인 이상 팀이 꾸려졌는데, 원고들은 자연스럽게 한전KPS 직원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한전KPS가 다른 지역 발전소에 하청 노동자들을 파견한 점 △하도급 계약서상 한전KPS와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를 구별하기 어려운 점 △하청업체가 명칭만 달리해 한전KPS와 유사한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판결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한전KPS는 재판 과정에서 한전KPS가 담당하는 전기 정비와 하청업체가 맡은 기계 정비 업무가 다르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계약서상 업무 범위가 추상적으로 기재돼 한전KPS가 지시하는 대부분 업무를 원고들이 수행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격증 유무에 따라 원·하청 직원을 구분할 수 있다는 한전KPS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동종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가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선고 직후 김 지회장 등을 대리한 권영국 정의당 대표(법무법인 두율 변호사)는 “안전은 결국 고용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권 대표는 “발전사 민영화를 목적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업무를 핵심 업무와 비핵심 업무로 분리해 외주화했다”며 “비핵심 업무로 차등화된 하청 노동자들은 안전 문제에서도 분리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이번 선고 이후 중앙지법 앞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KPS는 항소하지 말고 직접고용과 정규직화를 지체 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불법파견과 외주화를 철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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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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