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2·3세 경영성적표)대웅만 'B', 대부분 낙제점…신약 성과·지배구조 선진화 '급선무

종합등급 평가 대웅제약 'B등급' 가장 높아, 10개사 중 B+ 이상 '전무'
상반기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 대웅제약·삼진제약 2곳만 '10% 이상'
ESG 지배구조 등급 평가 '하향 평준화'…대원·보령·삼진·일동 'B+'

입력 : 2025-09-01 오전 6:00:00
(왼쪽부터)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 허일섭 녹십자 회장, 김정균 보령 사장, 윤인호 동화약품 사장, 조규석, 최지현 삼진제약 사장. 
(왼쪽부터)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이사,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 허승범 삼일제약 회장, 윤대인 삼천당제약 회장. (사진=각 사)
 
[뉴스토마토 이혜현·동지훈 기자] 국내 제약기업의 지배구조는 창업주의 후손들이 회사를 물려받아 회사를 이끄는 오너 경영 체제 일색입니다. 단순히 우회적인 경영 승계를 지적하거나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것보다 오너 2, 3세들이 회사 경영을 도맡아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제약사 2·3세 경영 성적표 비교 분석 대상은 △녹십자(허일섭 대표이사 회장) △대웅제약(윤재승 최고비전책임자) △보령(김정균 대표이사 사장) △일동제약(윤웅섭 대표이사 부회장) △동화약품(윤인호 대표이사 사장) △삼진제약(최지현·조규석 대표이사 사장) △신풍제약(유제만 대표이사) △삼일제약(허승범 대표이사 회장) △삼천당제약(윤대인 회장) △대원제약(백승호 회장·백승열 대표이사 부회장)(2024년 매출 규모 순) 등 총 10곳입니다. 
 
10곳의 제약사는 오너 2, 3세가 최근 5년 이내 경영 일선에 등장해 경영 승계가 가시화되고 있거나 승계가 완성돼 회사 경영권,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곳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오너 2, 3세가 이끌고 있는 제약기업 중 10곳을 선정해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약 성과, 영업이익률, 지배구조 등급, 해외 수출, 제품 매출 비중 등 총 6가지 지표를 비교 분석하고, 등급을 A, B, C, D로 나눠 등급을 분류한 후 종합 등급을 산출했습니다. 
 
종합 등급은 평가 항목별 등급을 합산해 평균치를 낸 결과로 등급별 가점은 △A 4점 △B+ 3.5점 △B 3점 △C 2점 △D 1점 △F 0점을 부여했습니다. 지배구조 등급을 확인할 수 없는 삼천당제약과 공시에 제품 매출 비중이 따로 기재되지 않은 대원제약의 경우 5개 항목의 평균치만 계산해 종합 등급을 평가했습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10개 제약사 중 B+ 등급 이상 단 한 곳도 없어…삼천당제약 '최하' 
 
<뉴스토마토>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제약사 2·3세 경영 성적 등급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B+ 등급 이상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6개 항목을 종합한 결과 대웅제약(069620)이 B 등급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녹십자(006280) C+, 보령(003850), 동화약품(000020), 삼진제약(005500), 신풍제약(019170), 대원제약(003220) C, 삼일제약(000520), 일동제약(249420) D+, 삼천당제약(000250) D등급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본 결과 10개 제약사 중 대웅제약이 15.68%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삼진제약이 11.59%로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매출액 중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곳은 대웅제약과 삼진제약이 유일했습니다. 신풍제약(9.71%)과 녹십자(9.4%), 대원제약(9.15%), 보령(6.49%), 일동제약(6.39%), 동화약품(6.25%)은 모두 전체 매출액의 5% 이상 10% 미만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해 C등급을 받았습니다. D등급을 받은 삼일제약(4.14%)과 삼천당제약(4.12%)은 전체 매출액의 5% 미만의 금액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영업이익률에서는 10개 제약사 중 A등급에 해당하는 15% 이상을 기록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대웅제약과 보령만이 B등급을 받았습니다. 대웅의 영업이익률은 14.2%로 가장 높았고 보령은 10.0%로 나타났습니다. C등급을 받은 삼진제약은 8.7%, 녹십자는 4.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나머지 신풍제약(2.78%)과 대원제약(2.65%), 일동제약(1.75%), 동화약품(1.15%)은 모두 영업이익률이 5% 미만 구간에 속해 D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밖에 삼일제약과 삼천당제약은 각각 84억8502만원, 3억9191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습니다. 삼천당제약(–0.36%)과 삼일제약(–7.99%)은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수치를 비교한 결과 녹십자와 동화약품이 20% 이상에 달해 A등급을 받았습니다. 녹십자는 상반기 수출 비중이 32.7%로 가장 높았고, 동화약품이 21.2%로 뒤를 이었습니다. 수출 비중이 15% 이상 20% 미만 구간에 해당하는 대웅제약과 신풍제약은 B등급을 받았습니다. 신풍제약의 수출 비중은 16.9%, 대웅제약은 16.8%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제약사들은 모두 수출 비중이 10% 미만을 기록해 D등급을 받았습니다. 수출액 비중은 보령 7.9%, 대원제약 5.7%, 삼천당제약 5.4%, 삼진제약 2.0%, 일동제약 1.7%, 삼일제약 0.4% 순으로 10개 제약사 중 삼일제약만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배구조 최고 등급이 'B+'…신풍제약 'D' 꼴찌
 
한국거래소 ESG 포털의 평가 기준을 적용해 10개 제약사 지배구조 등급을 분류한 결과, A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10개 제약사 중 지배구조 등급이 가장 높은 곳은 B+등급을 받은 대원제약, 보령, 삼진제약, 일동제약 등 네 곳입니다. 녹십자와 삼일제약은 한 단계 낮은 B등급 그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대웅제약과 동화약품은 C등급에 속했고, 신풍제약은 D등급을 받았습니다. 삼천당제약의 지배구조 등급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지배구조 등급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가치를 평가할 때 활용되는 ESG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이사회 리더십 △주주권 보호 △감사 △이해관계자 소통 등 네 개 대분류에 기반한 지배구조 등급을 평가합니다. 
 
평가 대상에 오른 10개 제약사의 이사회 구성을 뜯어보면, KCGS가 제시한 모형을 모두 따른 곳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일례로 10개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지배구조 등급을 받은 일동제약도 KCGS 평가 기준 중 하나인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꾸리지 않았습니다. 최저 등급을 받은 신풍제약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뒀으나 또 다른 기준인 이사 보수위원회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지배구조 등급 최하위를 기록한 신풍제약은 주주환원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신풍제약의 주주환원율은 정확하게 기재되지 않았으나, 영업손실 239억원, 당기순손실 153억원을 기록해 사실상 주주환원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반면 일동제약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 조항을 신설하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는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웅제약, 국산 신약 독주…'삼'형제는 침묵
 
연구개발 실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국산 신약 평가에선 세 개 품목의 허가를 받은 대웅제약이 독주했습니다. 대웅제약은 2001년 당뇨성 족부 궤양치료제 '이지에프 외용액'을 시작으로 2021년과 2022년 각각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신약 계보를 이어갔습니다. <뉴스토마토>는 대웅제약에게 국산 신약 보유 A등급을 부여했습니다. 
 
녹십자는 올해 탄저백신 '베리트락스' 허가를 받으면서 국산 신약 개발사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 밖에 대원제약, 동화약품, 보령, 신풍제약, 일동제약도 국산 신약을 하나씩 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중 동화약품은 2001년 첫 국산 신약 항암제 '밀리칸' 허가에 성공했으나 2016년 품목허가 소멸로 하나의 국산 신약을 보유한 데 그쳤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이들 제약사에 C등급을 줬습니다. 
 
삼일제약과 삼진제약, 삼천당제약은 단 하나의 국산 신약도 갖고 있지 않아 D등급 그룹으로 분류됐습니다. 다만 삼진제약의 경우 아리바이오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 임상 개발을 위한 협력을 진행 중입니다. 임상시험 3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신약 개발에 힘을 보탤 여지도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제품 매출 기여도 제각각…2강 6중 1약 구도
 
제약사의 매출원은 자체 개발한 제품과 타사 제품인 상품으로 나뉩니다. 자체 개발 품목이 외형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제품 매출 비중으로 알 수 있습니다. 
 
10개 오너 경영 제약사 중 제품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95.2%의 삼천당제약이었습니다. 이어 삼진제약이 83.9%로 두 번째로 높은 제품 매출 기여도를 기록했습니다. 80% 이상의 제품 매출 기여도를 보인 삼천당제약과 삼진제약에 A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제품 매출 비중 2위 그룹은 △신풍제약(69.1%) △대웅제약(60.9%) △삼일제약(57.9%) △동화약품(57.3%) △녹십자(52.7%) △보령(51.9%)으로 채워졌습니다. 전체 매출 중 제품 비중이 50% 이상 80% 미만인 6곳을 B등급으로 분류했습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제품으로 22.8%만 채운 일동제약은 D등급에 속했습니다. 대원제약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제품 매출을 따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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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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