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방어권 보장 위한 '적법 공시송달'은 무엇?

입력 : 2025-09-01 오후 1:55:00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려는 조치를 다하지 않은 채 공시송달한 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채 공판을 열고 판결까지 선고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단,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서초동 대법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피고인은 2023년 10월 1심에서 사기 혐의로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이 시작됐습니다. 피고인이 2024년 8월 열린 첫 공판에 불출석하자 재판부가 소환장을 발송했지만 폐문 부재 등의 사유로 송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경찰에 피고인의 소재 탐지를 촉탁했으나 소재 불명이라는 회신을 받자 같은 해 9월 피고인에 대한 소환장을 공시송달하고, 공시송달의 효력 발생 후 두 번째 공판을 열었습니다. 피고인이 다시 불출석하자 그대로 공판을 진행해 판결을 선고한 겁니다. 형사소송법은 2심에서 피고인이 적법하게 공판기일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해서 2회 이상 공판기일에 불출석한 경우 결석재판을 허용합니다. 
 
대법원은 공시송달 결정을 하기 전 기록상 나타나는 피고인의 주거로 송달을 실시해보거나 피고인 가족의 전화번호가 나타나면 가족에게 전화해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해보고, 다른 주소가 나타나면 이를 통한 송달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심은 이러한 조치 없이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現在地)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하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해 위법하다고 본 겁니다. 
 
형사소송법 제63조는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는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피고인의 주거와 사무소, 현재지를 모두 알 수 없는 때 공시송달을 허용하므로 소송 기록에 피고인이 근무하는 직장이 기재되어 있다면 그 주소로도 송달을 해봐야 합니다. 폐문 부재로 인해 송달되지 않았다면 주거 등의 불명이 아니므로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곧바로 공시송달하면 위법하게 됩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기록에 나타난 실제 거주지로 송달하거나 기록에 기재된 피고인 등의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연락을 취해보지 않은 채 곧바로 한 공시송달은 위법하다는 입장입니다. 
 
공시송달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해 명하게 됩니다. 공시송달을 하면 송달할 서류를 법원 사무관 등이 보관하고 공시송달 사유를 법원 게시장에 공시하며 이를 관보나 신문지상에 공고할 수도 있습니다. 공시송달은 최초의 경우 공시한 날부터 2주를 경과하면 효력이 발생하고 제2회 이후의 공시송달은 공시한 날부터 5일이 경과하면 효력이 생깁니다.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면 피고인에게 송달된 것과 같은 효력이 있으므로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게 됩니다. 
 
피고인의 소재 불명에 관해서는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소송촉진법)이 1심 공판 절차의 특례를 규정합니다. 소송촉진법 제23조에 따르면 1심 공판 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고,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이 아니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송달이 불능인 경우 재판장은 소재조사촉탁, 구인장 발부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검사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주소를 보정할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위 6개월이 경과하도록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피고인에 대해 공시송달을 2회 이상 했음에도 불출석하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는 겁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판기일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합니다.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방어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피고인의 출석권을 보장하는 겁니다. 방어권 행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라 보장된 피고인의 권리이므로 엄격하게 보장돼야 합니다. 국가형벌권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만 행사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외적으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면제되는 경우는 △피고사건에 대해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 △다액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사건 △장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다액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또는 구류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피고인의 불출석 허가 신청이 있고 법원이 허가한 사건 △피고인만이 정식재판의 청구를 해 판결을 선고하는 사건 등이 있습니다. 
 
피고인의 출석권이 배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면 피고인의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증인 또는 감정인이 피고인의 면전에서 충분한 진술을 할 수 없다고 인정한 때 피고인을 퇴정하게 하고 진술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재판장의 허가 없이 퇴정하거나 재판장이 질서유지를 위해 피고인의 퇴정을 명한 경우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 절차에서의 송달은 피고인이 재판을 준비하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송달을 받아야 본인에 대해 어떤 공소사실에 관한 재판이 언제 진행되는지 알고 재판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송달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고, 피고인이 재판에 참석하도록 하는 의무를 적법하게 부과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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