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아르바이트의 유혹…'범죄인지 확인'은 필수

입력 : 2025-08-28 오후 1:14:26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취업난이 심해지고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홍보에 속아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범죄 조직들은 구직 사이트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가리지 않고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속이며 조직원을 모집하고, 이에 속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겁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7일 대전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휴가 중 보이스피싱 현금 인출책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뒤따라가 피해를 막았습니다. 경찰관은 택시에서 내려 주변 건물 사진을 찍고 두리번거리는 30대 남성을 발견하고 쫓아갔습니다. 그러자 또 다른 남성이 다가와 현금 1700만원을 건네려던 것을 막고 현금 수거책을 검거한 겁니다. 30대 남성은 건당 5만원을 받는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속아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하려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같은 날 울산경찰청은 교통 흐름이 복잡한 로터리에서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금을 타낸 일당 36명을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SNS를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나 단기 아르바이트 등의 글을 올려 공범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슷한 수법으로 고액 아르바이트 홍보 글을 올리고 연락한 사람을 대상으로 보험사기를 제안하고 이에 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조된 진단서 등을 제공해 보험금을 편취한 일당이 금감원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4일 부산지법에서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난자 매매를 유도한 40대 여성 두 명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부산 지역 대학교 여자화장실에 고수익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전단을 부착해 난자 제공자를 모집하려 해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마약 유통책도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홍보해 모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7월 마약 조직 총책을 포함해 26명을 검거했는데 조직원 중 상당수가 고액 아르바이트의 유혹에 넘어가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이 밀반입한 마약은 31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약을 유통한 혐의를 받습니다. 
 
범죄 조직은 범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액 아르바이트나 단기 아르바이트와 같은 홍보를 통해 일단 사람을 모집하고 정상적인 일처럼 속여 시작하게 한 후 차차 범죄행위를 하도록 하거나, 처음부터 좀 더 돈을 벌려면 약간의 불법적인 일을 해주면 된다는 말로 유혹해 범죄행위를 하도록 합니다. 절대 걸리지 않는다거나 걸리더라도 매우 경미한 일이기 때문에 처벌도 되지 않는다는 등의 말에 현혹돼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겁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피해금을 직접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현금 수거책이나 인출책은 행위 당시에 본인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못하고 적법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는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나 사기죄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적 의사를 말합니다. 따라서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으면 미필적 고의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 상태를 추인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취업 과정이나 업무 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내용이 있어 범죄임을 의심할 만했다고 판단되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는 겁니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범죄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우선 별도의 면접이나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비대면으로 채용을 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돈을 수거하는 일을 비대면으로 채용한 사람에게 곧바로 맡기는 것은 더욱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는 일의 난이도에 비해 수당이 많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현금을 받아오는 일을 시키면서 건당 5~10만원의 수당과 택시비를 지급하는데 받은 현금에서 수당과 택시비를 공제하고 입금하도록 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채용 방식에서부터 업무 수행 방식 등에 의심이 든다면 곧바로 중단하고 전문가나 인터넷 등을 통해 확인한 후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합니다. 단순한 수거나 운반 업무에 고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범죄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그러한 모집 글에 현혹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범죄는 맞지만 받는 돈에 비해 감당할 만한 정도의 처벌만을 받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더라도 본인의 판단보다 훨씬 중한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고, 검거될 경우 피해자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책임까지 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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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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