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매수인 '계약이행'으로 토지 사용 중 '등기말소' 되면 부당이득일까?

입력 : 2025-10-23 오후 3:10:11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은 파산채무자가 재단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출연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했는데, 파산 절차에서 원인행위는 부인되지 않고 등기행위만 부인된 경우라면 그동안 부동산을 점유 및 사용했더라도 부당이득 반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올해 8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총 1440건으로 집계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파산 관련 안내 문구가 보이고 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이 이날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인 파산 신청 건수 전년 동기 대비 10.85% 증가한 수치로 이 같은 추세라면 연간 최대치를 찍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8월 법원이 파산선고 전 처리한 건수(1458건) 중 인용(1303건) 비율은 89.36%에 달했다. (사진=뉴시스)
 
파산채무자인 A회사는 신축한 건물 중 일부를 피고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으로 출연한다는 출연 증서를 2008년 8월경 작성하고 2009년 11월경 피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줬습니다. 이후 2010년 10월경쯤 A회사는 파산을 선고받았고 원고가 A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습니다.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부동산의 출연행위 및 등기행위의 부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는데, 부동산 출연행위의 부인은 인정되지 않고 등기행위의 부인만 인정되는 판결이 2018년 7월경 확정되고, 위 부동산에 관해 부인등기가 마쳐졌습니다. 원고는 등기행위의 부인으로 인해 소급적으로 피고가 위 부동산을 점유 및 사용할 권원이 없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2009년 11월경부터 2018년 7월경까지 위 부동산의 점유 및 사용에 따른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한 겁니다. 
 
원심은, 등기행위만 부인되고 원인행위인 출연행위는 부인되지 않았다면 등기행위의 효력이 소급해 소멸하더라도 출연행위가 유효하게 존속하는 이상 피고는 위 부동산을 점유 및 사용할 권리가 있어 피고의 부동산 점유 및 사용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법원도 원심의 결론을 긍정했습니다. 파산채무자가 파산선고 전에 상대방과 일정한 법률 관계를 형성했다면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산의 출연 등 파산 전에 파산채무자와 상대방 사이에 형성된 모든 법률관계에 관해 파산관재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파산관재인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부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채무자회생법은 등기나 등록과 같이 권리변동의 성립요건 자체를 독자적인 부인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는데, 이는 등기나 등록과 같은 행위도 채무자회생법 제391조의 일반 규정에 따른 부인의 대상이 돼야 하지만, 권리변동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부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권리변동을 인정해 당사자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시키되, 채무자회생법 제394조 제1항 소정의 엄격한 요건을 추가로 충족시키는 경우에만 특별히 이를 부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따라서 권리변동의 성립요건 행위를 부인하더라도 그 권리변동의 원인이 되는 행위의 효력까지 소멸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채무자회생법상 부인권 행사에 따른 원상회복은 부인된 행위가 없었던 원상태로 회복되게 하는 것이므로 권리변동의 원인행위가 여전히 유효하고 성립요건인 채무자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행위만 부인됐다면, 그 등기행위로 소멸하게 된 상대방의 채무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은 부인권이 행사된 때로 소급해 부활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등기절차이행 청구권을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파산관재인이 소로써 부인권을 행사한 결과 채무자의 등기행위를 부인한다는 판결이 확정되고 그 부인등기까지 마쳐졌다면, 이로써 파산관재인의 상대방에 대한 등기절차이행 의무는 사회통념상 이행 불능이 된다는 겁니다. 
 
토지 매수인이 아직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그 토지를 인도받으면 매매계약의 효력으로서 이를 점유하고 사용할 권리가 있으므로, 매도인이 매수인에 대해 그 점유 및 사용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익이라고 하면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는 없다는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재단법인이 출연행위 등의 효력으로서 이미 해당 부동산을 인도받아 적법하게 점유 및 사용하던 중에 등기행위의 부인으로 출연행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말소되는 경우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피고는 위 부동산의 소유자로서 부동산을 점유 및 사용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보고, 부인등기가 마쳐진 때 비로소 피고가 위 부동산 시가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보유하면서 더 이상 위 부동산을 점유 및 사용하지 못한다고 봐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 겁니다. 
 
채무자회생법에서 부인권이란 파산관재인이 파산선고 전에 행해진 파산채권자를 해하는 행위의 효력을 부인함으로써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일탈된 재산을 원상회복 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는 파산선고 전에 부당하게 처분된 채무자의 재산을 파산재단에 회복시켜 파산재단의 충실과 채권자 사이의 평등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91조는 부인에 관한 일반조항으로 파산관재인이 부인할 수 있는 행위를 네 가지 유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채무자회생법 제394조는 등기나 등록과 같이 권리변동의 성립요건 또는 대항요건에 대한 부인을 규정하는데, 엄격한 요건을 추가로 충족하는 경우에만 이를 원인행위에 부인의 원인이 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독자적으로 부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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