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금호타이어 공장 구내식당 근로자, '파견' 아니다"

입력 : 2025-11-03 오후 1:58:53
[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최근 대법원에서 중요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금호타이어 공장 구내식당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금호타이어와 계약한 협력업체 소속이었습니다. 이 직원들은 "실제로는 우리가 금호타이어의 지시를 받고 일했으니, 파견법상 금호타이어에 직접 고용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의 근로관계를 따져보니, 법에서 말하는 '불법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파견 관계가 맞다'고 본 이전 2심의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피고인 금호타이어는 타이어를 제조 및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사내 협력업체와 공장 구내식당에서의 조리 및 배식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조리 및 배식 업무를 수행했는데, 금호타이어와 사이에 근로자 파견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자지위 확인 또는 직접고용의무 이행 및 기능직 근로자와의 임금 차액 또는 차액 상당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중 타이어 제조에 필요한 지원공정 및 부수업무를 담당한 12명에 대해서는 근로자 파견관계를 긍정하고, 구내식당 업무를 담당한 5명에 대해서는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은 5명의 구내식당 근로자들도 금호타이어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소속 근로자인 영양사 등이 식단을 결정하고 작업지시서 등을 작성해 사내 협력업체에 제공한 점 △원고들의 조리 및 배식 업무는 피고의 본래 업무인 타이어 제조 및 생산 업무와 구별되지만, 구내식당을 운영할 필요가 있었고 구내식당 업무를 중심으로 보면 원고들이 금호타이어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었던 점 △원고들은 금호타이어 소속 근로자들의 근무일, 근무시간에 맞춰 업무를 수행했고 사내 협력업체가 근로자 수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점 △사내 협력업체의 업무 범위가 조리 및 배식 업무로 한정돼 근로자들의 전문성·기술성이 높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실질에 따라 판단하는 기준을 설시했습니다.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 선발이나 근로자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서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은 금호타이어에 소속된 영양사 등이 식단을 결정하고 원고들에게 작업지시서 등을 작성 및 제공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작업 방식이나 요령, 순서 등에 관한 것이 아니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원고들의 근태관리나 평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도 없어 금호타이어가 원고들에게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원고들의 조리 및 배식 업무는 금호타이어의 주된 업무인 타이어의 제조 및 생산 업무와 명백히 구별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습니다. 구내식당 업무만 놓고 보더라도 금호타이어 소속 영양사 등은 식단 선정 및 식재료 조달 등을 하고 원고들은 조리 및 배식 업무를 수행해 각자의 업무가 구분되므로 원고들이 금호타이어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금호타이어가 사내 협력업체의 근로자 수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고, 사내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의 근무시간 및 조 편성 등에 대해 결정 권한을 일정 부분 독자적으로 행사한 점도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한 근거가 됐습니다.
 
현행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사업의 대상이 되는 업무를 따로 정하고 허가받은 파견사업주만 근로자 파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파견 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하지만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 간의 합의가 있으면 총 2년까지 파견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을 위반해 불법파견을 하면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기게 됩니다. 또한 불법파견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서 본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도급계약이라는 이름으로 근로를 하더라도 실질은 근로자 파견관계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견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접 고용이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의 위험이 생기게 되므로 인력 운용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등 인사관리를 면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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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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