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매물 쏟아지는데…서울 경매 낙찰률 ‘최저’

8월 강남구 아파트 경매 모두 '유찰'
규제·금리 부담 속 시장 양극화 심화

입력 : 2025-09-03 오후 3:34:59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급격히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샀던 ‘영끌족’의 매물이 쏟아지며 경매 물건은 급증한 반면,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이 겹치면서 낙찰률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다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 향후 자산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아파트는 고가 낙찰로 이어지는 등 인기가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8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전달 대비 3.1p↓…강남구는 모두 유찰
 
3일 경·공매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40.3%로 전월 대비 3.1%포인트 하락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총 221건이 시장에 나왔지만 실제 낙찰된 건수는 89건에 그쳤습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특히 강남구는 경매에 나온 18건 모두 유찰되며 낙찰률 0%를 기록했습니다. 7월에는 23건 중 4건이 낙찰됐지만 한 달 만에 거래 열기가 급속히 얼어붙은 것입니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삼호가든맨션 1건만 낙찰됐고, 송파구 역시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 감소세는 ‘6·27 대출 규제’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입니다. 수도권 주택 경락자금 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 데다 낙찰 후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부과되면서 투자 수요가 위축된 것입니다. 평균 응찰자 수도 7월 7.79명에서 8월에는 7.76명으로 소폭 줄어드는 등 열기가 한풀 꺾였습니다. 
 
원리금 상환 부담 커지자…‘영끌족’ 물건 경매시장 풀려
 
반면 경매 물건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그래프= 뉴스토마토)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임의경매 신청 건수는 186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10건에 비해 24% 증가했습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3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4%나 급증했습니다. 
 
임의 경매 건수 증가의 배경으로는 2020년 전후로 집중적으로 취급된 ‘5년 고정 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이 꼽힙니다. 당시 2%대였던 금리가 올해부터 3~5%로 오르면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대출 10억원을 받았을 경우 금리가 2%에서 4%로 2% 포인트만 올라도 월 상환액은 100만원 이상이 증가하는 겁니다. 이처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자 ‘영끌족’이 버티지 못하고 물건을 경매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임의경매 건수는 증가 추세입니다. 올해 전국 임의경매 건수는 3만3035건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연말까지 지난해 연간 집계치인 14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임의경매 건수가 늘어난 것은 높은 금리로 인해 원리금 상환을 못한 물건들이 시장에 나왔다는 의미”라며 “경매시장에 물건이 늘어났는데도 낙찰률이 떨어진 것은 최근 주택 매매시장의 냉각, 6·27 대출 규제로 인한 거래량 감소, 여전히 높은 금리 등이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될 곳은 된다”…경매시장도 ‘양극화’
 
경매시장 전반이 얼어붙었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추진하면서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큰 단지는 고가 낙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고가 낙찰 주요 사례로는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전용 47㎡ 8억9900만원(감정가 131.8%)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단지 전용 108㎡ 23억8500만원(감정가 대비 114.1%)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 12억7600만원(감정가 대비 116%) 등이 있습니다. 
 
이주현 위원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이슈가 있는 아파트의 경우 여전히 매수세가 있는만큼 경매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해당 단지들은 경매시장에서도 고가에 낙찰되는데 대출 규제에도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뛰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경쟁률은 낮아졌는데 이는 대출 규제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매매시장처럼 특정 단지에는 자금력 있는 투자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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