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중은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사진=Gettyimagebank)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덴마크에서 8만5000여명을 5년 이상 추적 조사한 대규모 연구가 ‘마른 몸이 건강하다’는 상식을 정면으로 뒤흔들었습니다. 과체중은 물론 일부 중등도 비만도 수명 단축과 뚜렷한 연관이 없었지만, 저체중과 정상 체중 하한(BMI 18.5~22.5) 구간은 오히려 사망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 학술대회(9월15~19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발표됐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시그리드 비에르게 그립숄트(Sigrid Bjerge Gribsholt) 박사는 “저체중은 영양 결핍과 면역력 약화, 필수 영양소 부족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체중은 사망 위험 2.7배…과체중·중등도 비만은 큰 차이 없어
연구진은 2006~2020년 덴마크 성인 8만5761명(평균 연령 66.4세, 여성 81.4%)의 건강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5년간 7555명이 숨졌는데, 저체중(<18.5㎏/㎡) 그룹은 정상 상위(22.5~24.9) 대비 사망 위험이 2.73배 높았습니다. 정상 하한인 18.5~19.9 구간도 2배, 20.0~22.4 구간 역시 27% 더 높은 위험을 보였습니다.
반면 과체중(25~29.9)과 중등도 비만(30~34.9)은 사망 위험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는 35~39.9 비만도 사망 위험 증가는 23%에 그쳤고, 40 이상에서야 2.1배로 뛰었습니다. 연구진은 연령, 성별, 교육 수준, 동반 질환을 모두 보정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팻 벗 핏(Fat but Fit)” 가능성…체중보다 지방 분포가 관건
연구진은 이번 결과의 배경으로 ‘역인과(reverse causation)’를 꼽았습니다. 즉, 기저질환으로 체중이 줄어든 경우 낮은 체중이 사망을 부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공동연구자인 옌스 멜드가르드 브룬(Jens Meldgaard Bruun) 교수는 “같은 BMI 35라도 복부 내장지방(사과형)이 많으면 제2형 당뇨병·고혈압 위험이 크지만, 둔부·허벅지에 지방이 주로 쌓인 배·둔부형은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BMI 수치만으로 건강을 판단하기 어렵고, 개인별 지방 분포와 대사 건강이 치료 목표 설정의 핵심임을 시사합니다.
BMI 맹신은 금물…무리한 다이어트가 더 위험할 수도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는 체중과 키의 상관관계를 이용하여 비만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이 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성인의 비만 진단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BMI는 비만 여부를 간편하게 확인하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그 한계가 명확하여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BMI는 체중과 키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체중을 구성하는 근육량과 지방량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마른 몸매가 곧 건강”이라는 문화적 편견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BMI는 근육량이나 지방 위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허리둘레, 체성분 분석, 근육량 평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는 건강의 적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특히 노년층은 과도한 체중 감량이 오히려 수명에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덴마크 연구 대상의 평균 연령이 66세였다는 점에서, 고령자의 ‘체중 유지’가 생존 전략의 핵심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신체 활동에 집중해야
덴마크 스테노 당뇨센터 연구팀은 “비만과 저체중 모두 세계적 보건 과제지만, 저체중이 주는 위험이 생각보다 크다”면서 “비만 치료도 지방 분포와 대사질환 여부 등 개인 특성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 연구는 “마르면 오래 산다”는 통념을 근본부터 뒤집으면서, 건강의 기준이 단순 체중이 아니라 체성분과 지방의 위치, 그리고 근육 유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비만은 분명 건강의 적신호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5~13배, 고혈압은 2.5~4배, 심장관상동맥질환은 1.5~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비만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하지정맥류, 담석증, 통풍, 관절염, 위식도 역류(GERD) 등을 초래하여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킵니다. 여러 종류의 암 발생 위험도 비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비만과 저체중은 모두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며, 단순한 체중 감량보다는 '적정 체중 유지'가 건강 증진의 핵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체중 관리의 성공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생활 습관 개선을 기본으로 삼는 종합적인 접근법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BMI 수치에만 의존하지 말고, 허리둘레와 체지방률을 함께 측정하여 자신의 체성분과 복부 비만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BMI가 정상 범위에 있더라도, 체지방률이 높거나 복부 비만이 있다면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자신의 유전적 소인, 현재 체력, 생활 환경을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식사 및 운동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유행 다이어트나 과도한 운동보다는,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평생의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건강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입니다.
BMI는 중요한 건강 지표지만, 다른 지표들과 함께 봐야 한다. (사진=CDC)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