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본진 미해군, K-전투기 도입 가능성

최대 220기 도입…계약 규모만 10조
유력 후보 보잉, 악재 직면…가능성↓
도입되면 한국 전투기 사상 첫 '쾌거'

입력 : 2025-09-17 오후 2:16:16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유일의 완제기 생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미국 해군의 차세대 고등훈련기(UJTS) 사업 입찰에 나선 가운데, 주요 경쟁사인 보잉이 최근 악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이 성사될 경우 세계 최강 군사력의 미군이 한국 전투기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기념비적인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K-방산의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T-50 고등훈련기. (사진=KAI)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올해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의 입찰 제안요청서(RFP)를 오는 12월 접수할 예정입니다. 총 145~220기의 UJTS를 도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계약 금액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미 해군은 내년 심사를 통해 우선협상자를 정하고, 2027년 초 최종 공급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KAI는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TF-50N’ 기종으로 도전장을 냈습니다. TF-50N은 KAI의 T-50 골든이글 계열을 기반으로 한 기종으로, 미 해군의 사업 요구 사항에 맞춰 해군 훈련 수요에 맞게 개량됐습니다. 현재 한국 공군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등에서 운용 중이며, 안정성과 효율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18년 약 18조원 규모의 미 공군 훈련기 사업에서 KAI-록히드마틴 연합을 제치고 사업자로 선정됐던 보잉은 이번에도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와 손잡고 ‘T-7B’로 입찰에 나섰습니다. 보잉은 당초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최근 악재가 잇따르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앞서 미 공군 훈련기 사업에 최종 선정됐던 ‘T-7A’는 각종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서, 납기일이 2023년에서 2026년으로 미뤄져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고, 최근에는 보잉 엔지니어들이 두 달째 파업을 이어가며 임금 40~50%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생산비용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보잉은 2018년 저가 전략으로 미 공군 훈련기 사업 수주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보잉이 최근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번 수주전에서 KAI가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봤습니다. 
 
또 다른 경쟁자인 글로벌 방산기업 레오나르도도 경계 대상이지만, KAI-록히드마틴 연합에 비해 수출 실적과 해외 운용 실적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KAI 측은 수주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이 보잉에 불만을 품은 사항을 조사해 이와 관련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인 신체에 맞게 내부 좌석과 실내 공간 등도 변경했습니다. 
 
KAI는 이번 사업이 미국 시장 진출로 이어질 경우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KAI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한국 전투기로는 최초 사례로 상징성이 크고, 글로벌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기에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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