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유지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UN) 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길에 오릅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서 기조연설에 이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토의까지 주재합니다. 다자 무대를 통한 국제사회 협력과 연대를 넓히는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건데요. 이 밖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북핵 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국제사회의 열띤 논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주 대한민국' 복귀 선언…외교 비전 제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방문 일정을 소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2~26일(한국시간)까지 방미길에 오릅니다. 첫날인 2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이자 세계경제포럼 의장인 래리핑크를 만나 인공지능(AI) 및 에너지 전환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눕니다. 이어 미국 상·하원 의원단을 접견하고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한 의회 역할을 당부하고, 저녁엔 동포 간담회 일정을 소화합니다.
이튿날엔 유엔총회에서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에 나섭니다. 이 대통령은 7번째 순서로, 전 세계에 이재명정부의 대외정책을 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은) 기조연설 통해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선언하고 한반도 정책 등 정부의 외교 비전을 제시한다"며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이뤄 나가기 위한 한국의 기여 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면담을 통해 글로벌 현안 대응에 있어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보입니다. 저녁에는 미국 조야 오피니언 리더와 만찬을 갖고 한·미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토론합니다.
이 대통령은 24일엔 한국 정상 최초로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에 나섭니다. 현재 한국은 안보리 의장국은 한 달 동안 안보리를 대표해, 회의를 소집·주재할 권한을 갖는데요. 이 기간 전 세계 정상급 인사가 한데 모이는 만큼 국제 사회 관심이 집중돼 우리나라가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모두의 AI' 기조 하에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대응에 대해 주도합니다.
순방 마지막 날인 25일 오전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 투자 서밋'에 참석합니다. 글로벌 핵심 투자자에게 한국의 경제정책 소개 및 투자 요청을 통해 국내 증시 활력을 높이겠다는 '코리아 프리미엄'을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입니다. 이 대통령은 또 각국 유럽 정상 등과 회담을 가지며 '다자외교'에도 공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라별 이슈 산적…전문가 "북한 설득 필요"
이번 유엔총회에선 러·우 전쟁 종전 관련 대러시아 제재 추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여부 등도 핵심 의제로 거론됩니다. 특히 러·우 전쟁이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에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우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 제안을 거부, 협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포기를 종전 요구 사항으로 내건 바 있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연설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대러 제재를 명확히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며 "유럽이 러시아의 석유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인정도 유엔총회 핵심 의제로 꼽힙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합니다. 팔레스타인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도 미국과 같은 입장입니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영토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반면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단 방침입니다.
북한 핵무기 관련 규탄도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유엔총회에선 매년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규탄하고, 핵 비확산 의무 준수 및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왔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인터뷰에서 북핵의 단계적 해결을 제안, 이번 총회에서도 논의가 다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관련해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비핵화는 중단·감축·폐기로 가는 3단계 해법을 강조하되,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나 관계 정상화 같은 구체적 조치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하노이 노딜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지금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내기 위한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