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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셀리드(299660)가 지난해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 차원에서 인수합병한 베이커리 업체 포베이커가 '아픈손가락'이 됐다. 코스닥 상장 유지를 위한 연간 매출액 요건을 맞추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브랜드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상당한 금액이 재무적 불확실성 요소로 떠올랐다. 여기에 더해 아직까지 뚜렷한 본업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신약개발과 관계없는 신사업을 영위하며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벡터 GMP Plant (사진=셀리드 홈페이지)
포베이커 관련해 피고로서 3건 소송 진행…정체성 논란도 여전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리드는 최근 그린지니어스가 사측에 제기한 '포베이커' 상표권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에 대해 항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린지니어스 측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의 청구금액은 50억원이다. 이번 항고 취지는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을 취소하고, 셀리드가 제품, 포장기, 광고물 등 모든 형태의 포베이커 상표 사용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셀리드는 피고로서 그린지니어스와 상표권 사용금지 가처분, 소유권 확인, 손해배상에 관한 3건의 소송 진행을 이어가게 됐다. 소송가액은 총 92억원이다. 이는 셀리드의 올해 반기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본총계 810억원의 약 11%에 달하며, 지난해 연간 매출액 42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다.
해당 금액은 반기보고서상 우발부채 사항으로만 기재돼 있어 회계상 반영되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소송의 전망을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혀뒀지만, 연매출을 상회하는 규모의 금액이 재무적 불확실성 요인으로 남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상장 유지 전략으로 연간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던 베이커리 업체 포베이커를 인수합병했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연매출이 30억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2019년 기술성장 특례로 상장한 셀리드의 연매출 요건에 대한 유예기간은 2023년을 끝으로 종료됐다. 전략은 적중했고, 상장 이후 1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시현한적 없던 회사는 지난해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상장 유지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사측은 인수 결정 당시 신약개발과 무관한 베이커리 업체를 인수하면서 본업 정체성이 희미해진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고, 여전히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베이커리 관련 개발 및 판매업을 진행하는 이커머스 사업부 매출이 99.9%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포베이커의 인수합병은 기업의 존속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상당한 규모의 법적 리스크를 안겨줌과 동시에 지속적인 본업 정체성 논란까지 야기하는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코로나 백신 조건부 허가 신청 목표…CMO 부문 매출 확대 기대
우선 사측은 법적 리스크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표권 사용 금지 가처분과 관련해서는 한 차례 기각 결정이 나온 만큼 약간의 승기도 잡은 모양새다.
셀리드 측에 따르면 포베이커 인수합병 당시 포베이커의 전 대표가 운영하는 별도 법인 유로팜스 측에서 대금 등 계약상 의무 범위에 관해 형사고소를 진행한 바 있으며, 해당 형사사건은 셀리드 측 입장이 받아들여져 무혐의로 종결됐다. 그런데 사건의 상대방 관계자들이 일부 사실관계를 추가·변경해 셀리드를 상대로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셀리드 측은 형사사건과 동일한 당사자가 유사한 사실관계에 기반해 제기한 분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지난 형사고소 선행사건에서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희미해지는 본업 정체성 지적과 관련해서 사측은 베이커리 신사업의 경우 당장의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고 선택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셀리드는 항암면역치료 백신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암 환자의 면역체계를 건강히 유지하는 것이 암치료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바, 향후 암환자에 특화된 건강기능식품을 발굴하고 제공하는 사업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왔다는 것.
이에 회사는 기존 사업과의 관련성이 낮지만, 식품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는 포베이커를 인수해 중장기적으로 향후 건기식 유통업으로의 사업을 전개해나가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바이오 기업 본연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신약개발 사업부문에서의 매출 가시화 시점은 팬데믹으로 인한 임상지연과 일부 개발전략 변경으로 인해 상장 당시 예측했던 시점보다는 조금 늦어졌지만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CMO(위탁생산) 사업부문에서도 추가적인 매출 발생의 여지가 남아있다.
현재 높은 개발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파이프라인으로는 오미크론 대응 백신 ‘AdCLD-CoV19-1 OMI’을 꼽을 수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임상 3상 시험대상자에 대한 투여를 완료했으며, 모든 대상자의 투여 완료 후 4주차 안전성 및 면역원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분석을 실시하고 중간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CMO 매출은 수주 여부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반기말 현재 수주잔고는 46억원으로 집계된다. 올해 상반기 CMO 매출은 300만원에 그쳤지만, 향후 추가적인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서 셀리드는 지난 2022년 이노베이션바이오와 4억8000만원 규모의 'IBC101' CAR-T 세포 제조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2023년 임상 1/2상 시험계획(IND) 승인에 따라 49억원 규모의 임상시험약 위수탁 계약까지 수주한 바 있다.
다만 사측은 올해 2~3분기 중 코로나 백신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해 4분기 내에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임상 3상 중간결과 발표 관련 소식이 없어 일정 지연에 대한 우려가 피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노베이션바이오와의 계약 체결 이후 추가 수주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셀리드 측에 코로나 백신 조건부 허가 추진 현황과 CMO 사업부문 추가 수주 계획 등을 문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