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청년들이 업무를 통해서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잃게 되면 결국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지고, 경제 성장 잠재력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 부회장)
한국경제인협회가 25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 CHO(최고인사책임자)를 초청해 '청년 일자리 개선을 위한 주요 그룹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배덕훈 기자)
재계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청년 고용 한파를 타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고용” 주문과 관련해 최근 재계가 일제히 밝힌 대규모 채용 계획의 후속 조치로 풀이됩니다. 재계는 청년 고용 시장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면서 일자리 경험 기회 제공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한경협은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청년 일자리 개선을 위한 주요 그룹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청년들의 ‘일 경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을 비롯해 총 21개사 최고인사책임자(CHO)들이 참석했습니다.
김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청년 고용률은 작년 5월 이후에 1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쉬었음으로 추정되는 인구도 40만명대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청년 실업은 개인의 아픔이나 고통으로 끝나지 않고 인적 자본 손실로 인해서 기업과 국가 경제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신규 채용, 인턴십, 일자리 경험, 채용 박람회 등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함께 논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그룹 CHO들은 현재의 청년 고용 시장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면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일자리 여건 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구직 활동에 실패해 취업 의지가 꺾인 청년들을 위해 인턴십, 채용 박람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보다 많은 청년들에게 일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이 논의 됐습니다. 더불어 신입 채용 비중 확대를 포함한 정기 채용 활성화가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새 정부 고용 노동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다만, CHO들은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으로 고용 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청년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습니다. 한경협에 따르면 매출 상위 10대 기업 중 절반인 5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습니다.
이에 한경협은 주요 그룹의 의견 수렴을 통해 기업의 고용 여력 확충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발굴해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한경협과 주요 그룹들은 ‘청년 고용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 ‘노동시장 유연화’, ‘정년 연장 속도 조절’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청년 고용 환경 조성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김 부회장은 “노동 시장이 경직적이고 불안정하면 새로 진입하려는 청년층에 대한 기업들의 고용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신규 고용을 확대할 여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청년 고용 문제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 지원” 목소리에 힘 싣는 재계
이처럼 재계는 최근 관세 협상을 위한 미국 투자 강화와 고용 확대 계획 등 정부의 요청에 화답한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 요구’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재계는 전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산업현장의 관심 현안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과 산업안전 정책, 정년 연장, 주4.5일제 등에 관한 기업 의견을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특히 재계는 정책 입안 및 후속 조치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강조하는 한편, 고용 등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도 개선과 지원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22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초청한 자리에서는 관세 협상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애로와 건의 사항을 정부에 적극 전달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기업 관계자들은 조선·원전 등 미국 내 공급망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전략 산업에 대한 관세 유예 또는 면제를 건의했고, 품목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최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의 대규모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와 관련해 수면 위로 떠오른 비자 문제에 대해서도 “마스가 프로젝트 등 전문 인력에 대한 별도 비자 신설”을 요청했습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청년 고용 등 기업들이 정책 기조에 먼저 동참한 만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최근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규모 채용 발표를 했지만 추진 중인 정년 연장이나 주4.5일제 등 고용 유지와 관련해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걱정스럽다”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실천하는 것만 해도 큰일을 하는 것으로 제도적·비용적 혜택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신중한 접근이 정부에서 뒷받침됐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무역 질서 변화에 따라 기업들이 여러 불확실성과 한창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고용 창출 역할도 하고 있기에, 세액공제 등 혜택이 마련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공약하고 추진 중인 정책들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기업과 잘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