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복귀 선언…'END'부터 'AI이니셔티브'까지

역대 대통령 중 첫 안보리 토의 주재…MOU 체결도
실용적 한번도 해법 접근…진전 불가 땐 '한계' 명확

입력 : 2025-09-25 오후 4:17:46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뉴욕 유엔총회를 통해 12·3 비상계엄 극복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복원을 선언하며 국제사회로의 복귀를 천명했습니다. 특히 역대 한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토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END(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 이니셔티브'와 'AI(인공지능) 이니셔티브'까지 예고해 국제사회에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의장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주재하며 국별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책임 강국 위상 확고히"
 
24일(이하 현지시간) 3박5일 일정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유엔 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AI와 국제 평화·안보'를 주제로 한 공개 토의를 주재했습니다. 한국 정상이 유엔 회의장 의장석에 올라 공개 토의를 주재한 건 이 대통령이 처음입니다. 
 
이 대통령은 안보리 공개 토의에서 제프리 힌튼 교수가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라고 언급한 말을 인용하며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AI를 어떻게 다룰지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며 "변화에 대비하지 못하고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동해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명과 암이 공존하는 AI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책임 있는 이용'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뿐"이라며 유엔 역할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한국 역할을 강조하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AI 기본사회', '모두의 AI'가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유엔총회 방문의 의미에 대해 "민주한국의 글로벌 책임 강국 위상을 확고히 하고, 민생·경제 중심의 국정 기조를 국제 무대에서 구현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습니다. 
 
위 실장은 "미국 상하원 의원단과의 면담, 외교·안보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만찬을 통해 비자 제도 개선, 관세 협상,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에 관한 논의를 가졌다"면서 "이를 통해 한·미 관계 발전에 대한 미국 의회와 조야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유엔총회에서, 세계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밝혔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언급한 이 대통령은 "지난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은 '빛의 혁명'을 이뤄냈다. 친위 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의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고 했습니다. 
 
한반도 평화·안보가 국제사회의 평화·안보와도 연계된다는 점 역시 강조했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의 END 이니셔티브를 통해 구체화됐습니다. END 이니셔티브는 남북의 교류와 북·미 관계 개선 등의 관계 정상화, 비핵화를 상호 추동 관계로 추진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의 '페이스 메이커'를 강조한 이 대통령이 국제사회 평화 기여에 일조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약속한 셈입니다. 
 
다만 이 대통령은 END 이니셔티브의 과제를 장기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핵 동결 등의 '실용적 해법'을 찾자는 건데요. 하지만 이러한 해법이 핵 동결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더 이상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단순히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하고 실질적 성과는 없을 수 있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민생 경제도 한 축…글로벌 투자 확보
 
이번 유엔총회 참석 일정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각국과의 연대·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민생경제'를 전면에 내세운 행보이기도 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에서 이 대통령은 유엔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의 지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체코 정상회담에서는 각각 실질적 경제 협력 및 AI·반도체 협력의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당초 예정됐던 프랑스와의 정상회담은 취소됐지만, 이탈리아·폴란드와 정상회담을 가지며 교류 협력 및 방산 협력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번 순방에서 민생경제 행보는 단연 두드러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뉴욕 도착 첫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핑크 세계경제포럼 의장을 접견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래리 핑크 회장은 AI·재생에너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국내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 협력 △한국 내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 △글로벌 협력 구조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와 더불어 세계 금융 중심지인 월가에서 '코리아 세일즈'에도 나섰습니다. 
 
특히 교착 국면에 놓인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직접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통화스와프'에 대한 협의 진전을 요청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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