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은 첫 명절 연휴는 '집권 100일'을 훌쩍 넘긴 국정의 '재정비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 앞에 놓인 내치와 외치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3주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미 관세 협상 등의 '외치'와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라는 '내치'에서 삼각파도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실향민 및 가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①APEC 개막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내내 공식 일정을 최소화한 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대통령이 연휴를 끝내고 복귀하면 2025 경주 APEC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옵니다. 이 대통령은 업무 복귀와 동시에 각국 정상이 집결하는 이번 APEC 정상회의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APEC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따라 대규모 외교 빅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상황입니다. 특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예고되면서, 우리 정부의 '가교' 역할이 주목됩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첫 양자 회담이자,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관세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 회담인 만큼 전 세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대 변수는 불확실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29일 일본을 방문해 신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29일 오후에는 경주로 이동해 이 대통령,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인데요. 31일부터 본격화하는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출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APEC 정상회의의 취지가 '자유무역 증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관세 전쟁을 촉발한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자칫 APEC 정상회의가 미·중 관세 전쟁 '담판'의 장소로만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띄운 '페이스 메이커'(보조자) 역할을 위해서는 북·미 대화 성사 여부가 주목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상 추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입니다. 또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자민당의 새 수장으로 오르면서, APEC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총재의 등장에 따라 한·일 관계의 파도도 밀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②한·미 관세 협상
대통령실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한·미 관세 협상에 전력을 쏟았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 뉴욕을 찾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통상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날 오후에도 대통령실 3실장과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별도의 통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3주 앞으로 다가온 APEC 정상회의를 관세 협상 최종 타결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펀드 양해각서(MOU) 수정안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미국 측이 수용 의사 혹은 구체적 재수정안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협상이 안갯속에 있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에 있어 현금 투자는 '불가능'으로 못 박고 통화스와프 체결을 '필요조건'으로 협상 중인데요. 미국은 지난 1일 환율 정책 투명성 강화 합의만 체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장관은 "어떤 방식으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딜(협상)이 외환시장에 굉장히 큰, 민감한 문제라는 부분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협상 내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APEC 정상회의를 관세 협상의 '분수령'으로 설정하고 있지만, 자칫 협상이 더 길어질 경우 이미 협상을 체결한 일본·유럽에 비해 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③첫 국정감사
외치만큼이나 내치의 현안도 산적해 있습니다. 특히 오는 13일부터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는 이재명정부의 첫 국정감사이기도 합니다.
이미 추석 연휴 기간에도 여야는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놓고 공방을 이어온 만큼 국정감사 기간에도 격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K-푸드 홍보 목적이라며 출연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경우 추석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따른 전산시스템 마비에 따른 논란으로, 이 대통령의 행보와 별개로 진척이 없는 복구도 검증 테이블에 오를 전망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초유의 디지털 대란에서 적반하장으로 저와 당을 고발하고, 수습 책임을 공무원에게 맡긴 채 예능 카메라에 섰다"며 "냉장고가 아니라 관세를 부탁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관세 협상과 관련해 "관세 협상을 타결하겠다면서 뒤로는 모든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반미 선동을 하고 있다"고도 직격했습니다. 여기에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재명정부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는데, 김현지 제1부속실장의 '그림자 실세' 논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를 계기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출석 문제를 띄우며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