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불법 사금융으로 넘어가기 직전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문턱인 대부업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영향력이 미치지 못한 자동차담보대출(차담대)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일반적인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급전 창구였던 마이너스 통장, 카드론까지 줄줄이 막혀버리자 정부 손길이 미치지 않은 차담대에 이목이 쏠린 영향입니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대출금리를 높이면서 대부업과의 대출금리 격차가 좁아진 점도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대출금리가 비슷하다면 차라리 한도를 늘려 받자는 차주들의 니즈가 커졌습니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급전이 필요했던 A씨는 기존 저축은행에서 실행했던 차담대 잔액(100만원 미만)을 상환하고 대부업체에서 차담대(한도 2800만원)를 진행했습니다. 기대출을 보유했던 A씨는 신용대출 심사에서 300만~500만원을 빌리는 조건에도 법정 최고금리(20%)에 가까운 19.9%의 대출금리가 산정됐습니다. 하지만 대부업 차담대로 대환대출을 하면서 자금을 넉넉히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A씨는 "전에 저축은행에서 빌렸을 때 금리가 낮게 나왔다고 한도를 크게 늘렸더라면 지금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했을 것 같다"며 "저축은행 대출금리도 높게 산출되는 상황에서 한도도 적으니까 대부업으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차담대는 본인 명의의 자동차를 담보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소득 조건이나 신용도가 낮아도 돈을 빌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업권별로 대출금리는 상이하지만 취약차주를 상대하는 저축은행에선 최저 연 6~9%대부터 최고 19.9%까지 금리 범위를 적용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지만 고금리를 책정받는 취약차주들이 대부업과의 금리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개인 신용 관리에 불리하다는 점을 감안하고도 한도가 보장되는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통상 제도권 금융의 끝자락인 대부업에서 돈을 빌리면 저축은행에서 빌릴 때보다 신용점수가 하락합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저축은행에서 취급 중인 차담대 12개 상품의 최고금리는 19.40~19.99% 사이로 파악됐습니다. 대부분의 대부업체가 취급하는 20% 금리와 별반 차이 나지 않을뿐더러, 일부 19.50% 금리를 적용하는 대부업과 비교하면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대부업체들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고 법정금리를 2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부업으로 불황형 대출 수요가 집중되는 이유는 대부업이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에 따라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금융사 대상에서 빠져 회색지대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대부업체들은 제도권 금융사에 적용되는 △대출 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사업자 대출 용도 제한(주담대 금지) 등 규제를 피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부동산 대책) 규제에서 빠져 있는 곳은 대부업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온투업) 기업"이라며 "차담대의 경우도 기존에 대출을 해줬던 대부업권 쪽에서 대환대출 하는 방식으로 흘러가는 양상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전봇대에 부착된 대출 관련 광고물.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