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에 미국이 중국에 대한 100% 추가 관세 부과 예고로 맞불을 놓으면서 미·중 양국의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중 충돌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양국의 충돌이 점차 심화되면 미국의 협상 우선순위에서 한국과의 관세 협상이 재차 후순위로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치고받은 '미·중 정상'…'외교 담판' 기선 제압 샅바싸움
중국은 12일 미국이 11월부터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응하는 조처를 하겠다며 정면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에서 "희토류 등 물자 수출 통제는 자국 법규에 따른 정상적인 행정 조치"라며 "걸핏하면 고액 관세로 위협하는 것은 중국과 공존하는 올바른 길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는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을 꺾지 않으면 중국 또한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중국은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는 중국산 희토류뿐 아니라 관련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는 제품까지 통제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은 또 14일부터 미국 관련 선박에 대해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하기로 했고,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자동차 반도체 설계 회사 오토톡스를 인수한 것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에 맞서 미국은 10일 중국에 대한 기존 평균 55% 관세에 100%를 추가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 항공사의 러시아 상공 비행 금지를 추진하고 중국 선박에 톤당 50달러(약 7만1000원) 입항료 부과 등의 방침을 내놨습니다. 또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다국적 네트워크 장비 업체 'TP-링크'의 미국 영업 제한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현재까지는 미·중 정상이 담판을 앞두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전략적 행보를 펴는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추가 대응에 따라 후속 조치를 조정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여지를 남겼습니다. 중국 역시 "양국 정상이 통화에서 합의한 협상 성과를 지키길 바란다"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습니다. 양측의 새 조치가 모두 11월1일부터 발효되는 만큼, 남은 20일 동안 물밑 접촉을 통한 협상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뉴시스 사진)
미, 대중 협상에 집중 가능성…한·미 관세 협상 기대감↓
문제는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 매달리게 되면 한·미 관세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양측의 새 조치가 발효되는 11월1일 직전엔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 자리엔 미·중 정상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20일 동안 중국과의 정상회담 논의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중 양국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협상에 매진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지지부진한 한·미 간 관세 협상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습니다.
현재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3500억달러(약 502조원)를 놓고 한·미 간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물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등에 참석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관세 협상의 필요조건인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등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겠지만 우리 정부가 원하는 바를 얻어낼지 불투명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