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북·중·러 3각 밀착

김정은, 북·미 대화 앞두고 미국엔 '압박', 우방엔 '공동 전선'

입력 : 2025-10-12 오후 6:00: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부의장,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등과 함께 지난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북한이 지난 10일 밤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다시 한번 북·중·러 3각 연대의 공고함을 과시했습니다.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통해 연출했던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열병식을 포함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처음으로 다자외교 무대를 주도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중·러의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물론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 등 북한의 외교 무대를 넓혀줄 11개국 외빈들이 대거 방북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외빈 초청은 역대 최대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자신이 판을 깐 다자외교 무대에서 김 위원장은 북·중·러 3각 연대에 베트남과 라오스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을 더해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연대를 공고히 하고 그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이 기회에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앞으로도 강위력한 혁명 무력과 함께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할 것임을 확언하는 바"라고 강조했습니다. 
 
열병식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을 내놓으면서 미국을 겨냥해 '부정의와 패권'이라고 지적하고 '진보적 인류의 공동 투쟁에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나, 하루 앞선 10일 당 창건 80주년 기념 경축대회 연설에서 '제국주의 연합 세력의 반사회주의 책동에 강력한 저지선 조성', '세계 진보 역량의 연대·연합에 적극적인 기여',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 등을 언급한 것은 이를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는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화성-20형을 '최강 핵전략 무기체계'라고 자평하며 미국에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한편 미국을 '부정의와 패권'으로 규정해 '진보적 인류가 공동 투쟁'에 나설 대상으로 만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다른 우방국들과도 공동 전선을 형성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것입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위협이 더욱 고조되고 있으니 비핵화 요구를 철회하고 조건 없는 북·미 협상에 나서라는 메시지를 발신함과 동시에 우방국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자신의 위상을 높여 다가올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평가입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전략이 의도대로 먹힐지는 미지수입니다. 일각에서는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판문점 혹은 제3의 지역에서 만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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