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인공지능(AI)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히는 엔비디아(종목기호 NVDA)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주식 매도가 끝나갑니다. 올해 3월 보유 주식 600만주를 팔겠다고 밝힌 후 6월부터 꾸준히 매도를 이어왔는데요. 지난주까지 매도한 누적 주식 수가 555만주에 달해 곧 예고했던 대량 매도가 마무리될 전망입니다.
젠슨 황은 지난 3월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로부터 90일간의 숙려 기간이 지난 후 6월20일(현지시간)부터 분할 매도를 시작했습니다. 첫 3영업일 동안은 하루 5만주씩, 그 후론 7만5000주씩 어김없이 매도 물량을 쏟아냈습니다.
CEO의 대량 매도는 엔비디아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식 매도 발표 후 4월 초까지 주가가 하락했으니까요. 하지만 운이 따른 것일까요? 4월 조정을 거친 주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주식이 시장에 나온 6월 하순부터는 줄곧 강세를 유지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8월부터 지금까지 횡보를 이어가며 조정 구간을 지나고 있으나 젠슨 황 입장에선 보유 주식을 거의 전부 고점에서 판 셈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주 17일까지 매도한 수량이 총 555만주입니다. 국내 투자자들도 우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해당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시스템 EDGAR에서 사명 또는 종목기호(티커)를 입력하면 이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계획했던 수량과 매도 패턴을 감안하면 20일에 마지막 5만주를 매도한 후 주식 매도 완료 공시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제공하는 전자공시 EDGAR에 종목명이나 종목기호를 입력하면 주요 공시를 확인할 수있다.(미 증권거래위원회 EDGAR 화면 갈무리)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보유 주식을 매도한 후 공시한 내역. (미 증권거래위원회 EDGAR 화면 갈무리)
국내 주식시장 같았으면 CEO의 보유 주식 매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컸을 텐데, 미국 현지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경영자가 기업을 성장시킨 보상으로 받은 스톡옵션 등의 권리를 행사해서 대가를 챙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부모에게 기업의 지배력을 장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분을 물려받아 갖고 있다가 그 중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하면서 손을 떼는 국내 사정과는 성격이 판이합니다.
젠슨 황이 엔비디아의 수장이긴 해도 그의 주식 지분율은 이제 3.78%에 불과합니다. 젠슨 황보다 뱅가드, 블랙록 등 전문 투자사들과 펀드들의 지분율이 더 높습니다. 국내 상장기업들은 절대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미국 등 주주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선 시장으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경영자란 평가를 받으면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을 경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즉 지분율과 기업 경영 능력 사이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젠슨 황이 주식을 매도하는 사이 다른 임원들도 주식을 팔았습니다. 주식 격언에 내부자의 매도는 고평가 신호로 해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AI 성장을 타고 강세 행진 중인 엔비디아 앞날에도 변화가 올까요? 다른 한쪽에선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AI 거품론을 제기해 불안의 씨앗을 던진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젠슨 황과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한 것이 좋게 보일 리는 없습니다.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절대 강자이기에 이들의 앞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게도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AI 반도체 열풍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