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에너지 '3대 축'…총체적 부실 '집중포화'

에너지 공기업, 부실 검증·빈약한 근거
한수원, 원전 독자 수출 불가 '인정'
경제성이 없는 사업 강행 질타
'대왕고래' 부실 의혹도 거듭 지적
KDN 매각 의혹도…정치적 결정 의혹

입력 : 2025-10-20 오후 5:32:44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경제성이 없는 사업 강행, 수요 없는 인프라 투자, 독자 기술의 허상까지 정책과정의 사업 타당성 논란과 정치로 비화된 성과주의 문제 등을 놓고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졌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 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처)

 
 
원전 수출 독자 진출 '불가능'
 
이날 전대욱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사장 직무대행)은 한국형 원전(K-APR1400) 수출과 관련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협력 없이 독자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간 독자 기술과 독자 수출 가능성을 홍보해 왔던 것이 사실과 달랐음을 드러낸 셈입니다.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원전 수출이 불가능한데도 당시 윤석열정부와 한수원은 기술 자립을 운운하며 독자 수출이 가능한 것처럼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한수원과 한전이 미국 에너지부의 판단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 없이 수출통제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지 않는다고 합의서에 명시돼 있지요"라며 질의했습니다. 이에 전 부사장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금까지 독자 기술로 수출이 가능하다고 강행해온 것은 사실과 달랐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 부사장은 "기술 독립이라는 용어를 혼용한 부분이 있었고 현실적으로 수출 과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를 통해 유럽 진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한 점도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정으로 사실상 유럽 시장 진출은 불가능하다. 체코를 제외한 유럽 시장 진출을 포기했고 이미 스웨덴·슬로베니아·네덜란드·폴란드에서 자진 철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전 부사장은 "협정상 불가능하다"며 "독자 진출이 가능한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라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 과정에 웨스팅하우스가 자사 노형인 AP1000으로 입찰을 요구한 점도 지적됐습니다. 
 
"사실상 웨스팅하우스가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김 의원의 지적에 대해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 문제는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동해 심해가스전 '대왕고래 프로젝트' 용역사 선정의 부실 논란을 받고 있는 석유공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사진=뉴시스)
 
대왕고래·KDN 매각 등 의혹 질타
 
동해 심해가스전 '대왕고래 프로젝트' 용역사 선정의 부실 논란을 받고 있는 석유공사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사업에 대한 부실검증 의혹을 제기하며 "액트지오가 제출한 법인등기부등본 서류를 보면 2017년 서류다. 7년 전 서류인데 담당자가 최신 서류인지 검증도 안했던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석유공사는 (비상계엄 이틀 후인) 지난해 12월5일 로펌에 법률자문을 의뢰하면서 액티지오가 해외 법인이기 때문에 공사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절차나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전제로 질의를 한다. 이는 사후적 변명이고 검증 자체를 안 했던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원이 의원도 "액트지오 선정 과정 보고서에서 지질 안전성을 왜곡하라고 한 지시, 대왕고래 담당자들의 성과급 제공 의혹 등에 대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감사 청구를 했다"며 "이제라도 진실을 밝힐 수 있어 다행으로 대국민 사기극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할 당시에 탐사 성공률이 20%라며 5번 시추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한번 뚫어보니 이제는 경제성이 없다며 대왕고래 시추는 중단하고 동해 울릉부지 전체에 대해 다시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습니다. 
 
이에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대왕고래는 "대왕고래 탐사는 투자의 일부분으로 생각한다. 첫 번째 실패를 했다고 중단한 것은 아직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검증 부실과 빈약한 근거에 대한 질타에 대해 "규정 부문을 세심히 살피겠다"면서도 "메이저사들이 사실은 저희 데이터와 대왕고래 실패, 현 정부의 예산 삭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들 돈을 투자해서 오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전문 인력을 5년 가까이 할애하겠다는 것이 가장 좋은 교차점검"이라며 추가적인 사업성 검증 과정은 글로벌 시추 전문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통해 사실상 이뤄지고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지난 2024년 4월19일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과 한전 KDN 노조 조합원들이 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석유공사가 캐나다 석유·천연가스 생산업체 하베스트를 인수하고 8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했지만 1%도 채 안 되는 회수율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습니다. 
 
한전은 2022년 윤 정부 때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로 매각을 추진한 '한전KDN'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김 사장은 이재관 민주당 의원이 한전KDN 매각과 관련해 묻는 질문에 대해 "부임했을 때는 초유의 재무 위기 상태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자구 노력을 활용한 상태였고 한전KDN 매각은 자산 매각 차원에서 검토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KDN 매각 계획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지적을 받아 지난해 이사회에 올라왔는데 매각 가치가 하락한다는 이유로 이사들이 반대해 가치를 올린 뒤 매각하자고 한 상황"이라며 "현재는 보류"라고 말했습니다. 
 
이재관 의원은 국감자료를 통해 "윤 정부 당시 특단 자구 대책으로 KDN 지분 20% 매각을 포함한 바 있다"며 "그러나 중장기 재무 계획상 KDN 지분매각은 없어 당시 정권 눈치를 보던 것 아닌지 의심된다. 한전의 누적된 부채를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부채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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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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