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부터 차익실현까지…상장사 임원 지분 매각 잇달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매도 두드러져
증시 상승에 자사주 처분 155건…다날 물량 최대

입력 : 2025-10-27 오후 3:46:15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사주를 내다 파는 상장사 임원도 늘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서고 반도체·기술주를 중심으로 52주 신고가도 잇달아 경신하자 차익실현을 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테헤란로를 따라 늘어선 서울 강남구의 고층 건물들. (사진=연합뉴스)
 
27일 금융감독원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지분 매도를 공시한 임원 및 주주는 모두 155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23명이던 지난달 매도공시보다 26% 늘어난 수준입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유진테크, HPSP, 퀄리타스반도체 등 반도체 관련 상장사의 자사주 처분이 두드러졌습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데이터 처리 수요가 증가하며 반도체 주가도 고공행진하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윤영조 부사장이 두 차례에 걸쳐 1378주를 매도했으며 서형석(1300주) 부사장과 박승일(3211주), 박호우(282주), 박상훈(1248주), 박형신(761주), 최철환(401주) 상무 등 임원 7명이 지난달 이후 주식을 팔았습니다. 매도 규모는 총 7억230만원입니다. 
 
통상 임원의 주식 매도는 주가 ‘고점’ 신호로도 읽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도래하면서 ‘10만전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볼때 임원들의 투자는 아쉬운 선택이 됐습니다. 실제 임원들 대다수가 7만~8만원대에 보유 주식을 팔았으며 최철환 상무만 유일하게 보통주 401주를 9만7700에 매도했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는 손상호 담당(790주)과 박수만 담당(369주), 박명수 담당(450주)이 지난달 32만~33만원대에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매도 물량이 가장 많은 사람은 전자결제업체 다날의 박성찬 회장이었습니다. 박 회장은 지난 1일 다날 지분 4.78%(330만주)를 주당 9823원에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며 324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이번 매도는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것으로, 매각 후 박 회장의 잔여 다날 지분은 880만5005주(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입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오너가의 움직임도 눈에 띕니다. LS그룹의 경우 지난 16일 구자은 회장을 비롯해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과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녀 구은희씨, 구자철 인베니 회장 등 총수 일가 8명이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총 매도 규모는 약 700억원에 달합니다. 이번 결정은 호반그룹과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로 분석됩니다. 호반그룹이 LS지주 지분 3%가량을 확보하며 지분 경쟁에 나선 만큼 실탄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 비료업체인 효성오앤비 박태헌 회장은 보유 지분 중 100만주를 아들인 박문현 대표에게 증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박문현 외 9명으로 바뀌었으며, 김영준 성신양회 명예회장 또한 증여 목적으로 기보유 중인 주식 전량을 매도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임원 매도를 주가 향방의 가늠자로 보기보다 기업의 펀드멘털과 시장 전반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코스닥이나 중소 상장사의 경우 기업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임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다는 것은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부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종목별로 등락도 다르기 때문에 임원 매도 공시를 주가 변동의 한 가지 참고 지표로 활용하되, 기업의 펀더멘털과 시장 전반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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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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