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내세워 추진 중인 '중소기업수출지원기반강화사업(수출지원사업)'이 최근 3년간 플랫폼 구축 등 정보화사업에만 110억원을 넘게 투입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200억원대 추가 예산이 편성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예산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전환과 시스템 고도화에 집중됐음에도 실제로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민주당 의원이 무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출지원사업의 전체 예산은 2022년 19억원, 2023년 82억원, 2024년 130억7200만원으로 3년 사이 약 7배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수출중소기업플랫폼 구축과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무역금융플랫폼 구축 등 정보화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61%(11억5500만원), 2023년 35%(28억9000만원), 2024년 56%(73억1100만원)로 총 113억5600만원이며, 최근 3년 평균 51%에 달했습니다.
무보는 "정보화사업은 수요 기반으로 편성된 것이며 정보화전략계획(ISP)에 따른 다년도 구축 사업이므로 반복 편성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의원실이 요구한 '성과연동형 평가제 도입'이나 '정보화사업 비중 상한선 설정' 등 계획에 대해서는 "기금운용평가 및 경영평가 등 외부평가 절차가 존재한다"고만 밝혔습니다.
문제는 110억원이 넘는 플랫폼 구축 예산이 실제로 수출기업 지원으로 이어졌는지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지난 6월 공개한 '2025년도 제1차 한국무역보험공사 연계 수출지원프로그램 시행계획'에는 단체보험 가입, 단기수출보험료 할인, 수출컨설팅 제공, 수입자 신용조사 지원, 수출신용보증 지원 등 다양한 항목이 제시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무보가 운영 중인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디지털 기반 컨설팅·신용정보 제공 등 '시스템 연계형 사업' 위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무보의 수출지원사업은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단체보험의 보험료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전액 부담하고, 수출신용보증은 금융기관의 대출 실행에 연계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무보가 제시한 '수출컨설팅'은 방문 혹은 화상회의나 이메일을 통한 일대일 상담 수준이며, '신용조사 지원'은 요약보고서를 연간 5회 무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수출신용보증 지원도 기존 보증제도의 일부를 할인 적용하는 형태로, 현재까지 110억원이 넘게 투입된 정보화사업이 실제로 중소기업이 체감할 만한 실질적 지원 효과와 수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여부를 확인할 근거는 없습니다.
결국 무보의 수출지원사업은 실질적으로 시스템 유지와 운영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보는 2022년부터 수출 중소기업 플랫폼 구축 및 빅데이터 플랫폼 고도화 관련 ISP 수립,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과제 발굴 및 고도화, 개발 및 구축 등 예산을 반복 편성했으나 실질적 이용 성과나 서비스 활성화 지표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무보는 "빅데이터 플랫폼 페이지뷰가 지난해 11월 2만3511건에서 올해 9월 4만7235건으로 늘었고, 사이버영업점 회원사도 1년간 2381건(4.3%)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 혁신 활성화 유공 표창, 한국정책학회 AI 활용 혁신 부문 정책 엑스포(EXPO) 대상 등 각종 수상 실적을 성과 지표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는 시스템 이용 통계나 외부 평가에 불과하며, 정보화사업이 실제로 수출 확대나 무역보험 이용 증가로 이어졌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024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 보고서에는 수출지원사업의 성과 달성도가 '중소·중견기업 무역보험 지원 실적이 2023년 목표치보다 20조원 높아진 87조원'으로 제시됐지만, 무보는 이에 대해 "사업 성과가 아니라 2024년 무역보험 지원 목표액이 전년(67.6조원)보다 20조원 상향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무보의 정보화사업은 예산이 해마다 확대되는 만큼 실질적 성과와 투명한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김원이 의원은 "3년간 예산이 7배 늘어난 데 이어 앞으로도 수백억 원 규모의 정보화 예산이 추가 투입될 예정인데도, 사업이 실제로 중소기업 수출 지원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며 "정보화사업이 본래 사업 목표에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성과 검증이 빠진 구조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무보가 '수요 기반'이라는 명목으로 유사한 시스템 구축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정보화사업의 비중과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