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 이사회가 오는 4일 열리는 회의에서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에 돌입합니다. 김영섭 KT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대내외 압박이 거세지면서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사회의 적격성 논란과 이해관계 충돌 의혹이 불거지며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 2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11월4일 이사회에서 차기 대표 공모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사회에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으로 KT 차기 대표 선임 절차 논의가 공식화됐습니다. 
 
 
김영섭 KT 대표가 29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재 KT 이사회는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중 8명이 사외이사입니다. 사외이사로는 김성철 이사회 의장(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을 비롯해 김용헌(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최양희(한림대 총장,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곽우영(전 현대차 차량IT개발센터장), 윤종수(김앤장 상근고문, 전 환경부 차관), 안영균(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이승훈(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사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사실상 차기 CEO 선임 주체가 됩니다. 
 
그러나 이사회가 공정성과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이사회 재구성 당시, 8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 만료를 앞둔 4명(김성철·김용헌·곽우영·이승훈)이 모두 재선임되면서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KT 이사회 출신인 한 인사는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4명이 동시에 재연임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며 "당시 회사에 필요한 분야로 일부 재배치를 해야 했지만, 각자의 이권에만 집중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서로 이권 챙기기에 나섰던 사외이사들이 차기 대표를 제대로 뽑을 수 있겠냐"고도 했습니다. 당시 사외이사 공모에 나섰던 인사는 "셀프 연임에 나서며 이사들끼리 사실상 서로 밀어주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KT 이사회 내 사외이사 명단. (사진=KT 이사회 누리집)
 
 
 
적격성 논란 외에 이해관계 충돌 문제도 불거진 상태입니다. KT와 고려대가 지난해 7월 체결한 AICT 응용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협약이 그 발단입니다. KT는 자사 핵심 연구개발(R&D) 거점인 우면사옥 내에 KT-고려대 공동연구개발센터를 설치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단순 연구비 지원을 넘어 KT의 핵심 자산이 직접 투입되는 전략적 제휴로 평가됩니다. 
 
문제는 김성철 이사회 의장이 협력의 수혜 기관인 고려대의 현직 교수라는 점입니다. 이사회 수장이 자신이 소속된 대학과의 거래 관계에 얽혀 있는 만큼, 명백한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해당 사안이 상법 제398조(이사의 자기거래) 위반 소지가 크다는 해석이 제기됩니다. 이 조항은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할 경우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판례상 '이사에게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도 폭넓게 적용되는 만큼, KT와 고려대 협력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KT 이사회 규정 제9조 역시 이해관계 충돌 방지를 엄격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KT에 몸담았던 한 원로 인사는 "과거 과학기술부총리나 대법관 출신도 KT와 정부 과제나 소속 로펌 관계 때문에 이사회 참여를 사양한 전례가 있다"며 "CEO와 이사회 간 상호 이권 관계가 형성돼 서로의 이해관계를 보호해 주는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개탄했습니다. 
 
김성철 의장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KT와 고려대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협력을 진행해왔다며 이해관계 문제와 선을 그었습니다. KT가 고려대뿐 아니라 서울대 등 유수 대학과 산학 협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김 의장은 "해당 AI 관련 연구개발에 관여한 적도 없고 이해관계도 없다"며 "공대 중심으로 진행된 사안"이라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KT 이사회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KT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에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독립성이 훼손된 자'나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자'의 이사 선임에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이 그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될 경우 차기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