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 확대하는 방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년 연장’ 이슈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의 국정 과제인 단계적 65세 정년 연장 방침의 연내 입법 의지를 당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인데, 재계는 난색을 표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제1차 본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당 차원의 정년연장특위 첫 회의를 열고 ‘정년 연장’ 논의에 군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년 연장은 고령자의 소득 공백을 메우고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며, 숙련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방안”이라며 연내 입법 추진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현행법상 정년은 만 60세지만,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63세로 3년간의 ‘소득 공백’ 상태를 버텨야 합니다. 특히 2033년부터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늘어나면서 소득 공백은 5년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에 이재명정부는 지난 8월 국정 과제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정년 연장 합의안을 연내 마련하고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만일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2027년부터 정년은 만 63세로 연장됩니다. 이후 2028년부터 2032년까지는 64세, 2033년부터 65세로 정년이 확대됩니다. 
 
하지만, 재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미래세대의 일자리와 큰 연관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발표한 ‘2025년 하반기 국회에 바라는 경영계 건의 과제’에서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고령 인력 확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한국의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조차 법정 정년을 현행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년 연장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률적 방식의 법적 정년 연장은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기업의 청년 고용 여력을 떨어뜨려 청년 취업난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걱정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가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됐다는 것인데, 유연성 있는 노동정책을 바탕으로 정년 연장이 추진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특히 노란봉투법 등 기업이 부담스러워 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까지 실행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많이 힘들 수밖에 없기에 다른 노동 현안과 연계해서 노동계와 재계뿐 아니라 사회 각층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 신중한 검토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계에서 줄잇고 있는 ‘희망퇴직’ 등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빈번해 정년의 연장을 넘어 고령자 고용 안정에 대한 확장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국회 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법정 정년까지 근속하는 임금노동자는 전체의 17.7%에 불과했습니다. 
 
정년연장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전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은 “기업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어떻게 방식으로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은 있겠지만, 정년 연장을 해야 하는 것은 ‘상수’”라며 “국민연금과 정년을 불일치한 채 끌고 가는 것은 무책임한 것으로, 이제는 책임 방기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정년 연장 논의가 늦어진 만큼, ‘하니 마니’에 대한 논쟁에서 이제는 넘어가야 한다”며 “기업들의 인력 필요성에 따라 하고 있는 방식 등을 법·제도로 연착륙시키고, 고령층 고용 안정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설계에 대한 논의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