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부동산 보유 내역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금융당국 수장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과거 헌법에 다주택자 금지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며 부동산 투자에 비판적인 발언을 내놓은 이 원장이 다주택 보유에 상가와 도로를 경매로 사들이는 등 본인의 발언과 다른 투기성 행보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찬진 원장은 앞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서울 서초구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해 '강남 다주택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해당 논란이 문제가 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동산에 대한 이 원장의 말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원장은 금감원장을 맡기 전, 집을 공공재로 보는 '주택 공개념' 도입을 주장하며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주택자를 ‘부동산 투기꾼’으로 보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당시 이 원장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헛소리 듣기 싫으니 (다주택 보유자는) 보유 및 양도 등 이전 시 중과세, 간접적 규제를 헌법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를 강조하며 집값 상승을 대출 규제로 억누르고 있는데, 이를 관리·감독하는 당국 수장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 휩싸인 것입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017년 11월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사-조직문화 혁신 TF의 쇄신' 권고안 관련 브리핑에 앞서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듬해인 2018년 3월 채용 비리 연루 의혹 끝에 자진 사퇴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태를 보고 있노라니 2018년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례가 오버랩됩니다.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최 전 원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초대 금감원장이었고, 초반에 금융권 채용 비리·지배구조 검사를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이 과거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대학 동기의 아들을 하나은행에 내부 추천했다는 의혹이 터졌습니다. 2013년 무렵 하나금융 사장 재직 때 지인 아들의 이력서를 인사 라인에 전달해 채용 과정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정황입니다.
그가 그때 했던 행동이 금감원이 금융권 채용비리를 단속하고 있는 그 기준에 비춰보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을 받기 충분했습니다.
최 전 원장은 "특별검사반을 구성해 관련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반나절 뒤 청와대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최 전 원장은 "당시 본인 행위가 현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 채용 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 수장으로서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금감원장 취임 6개월 만이었습니다.
그때도 논란의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금감원이 금융권 인사·채용을 들여다보는 위치에 있는데, 그 금감원장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행동을 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누구나 행하던 관행이었느냐, 위법이었느냐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이찬진 원장 역시 부동산 투지나 다주택자를 범죄자에 가깝게 규정하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대출 규제의 칼자루를 쥔 감독기관의 수장에 있습니다. 그런 그가 부동산 투자의 '귀재'였다고 평가받는 것은 당사자나 정부로서도 뼈 아픈 대목입니다.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담보인정비율(LTV)을 더 조이거나 대출 규제 범위더 넓히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아무리 법과 제도에 명분이 있더라도 공직자 스스로가 엄격한 '도덕적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보유한 부동산을 일부 줄이는 정면돌파로 국민적 눈높이를 맞춘 것이라 생각하지를 않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이 원장이 과거 금감원장처럼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의 수요 억제 일변도의 주택 정책을 별치고 있지 않은지, 주택 소유와 대출을 죄악시하는 반(反)시장적 시각을 억지로 요구하고 있지 않은지 근본적 문제를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서울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논란과 관련해 "공직자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