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여전사 신속 구조조정 예고…중소형 캐피탈사 '벌벌'

입력 : 2025-11-05 오후 4:39:41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당국이 부실한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에 대해 경영개선 절차를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장기화된 가운데 수익성과 건전성이 흔들리는 중소형 캐피탈사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어 긴장하고 있습니다. 
 
카드·캐피탈 부실 정리 속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여전사 적기시정조치 제도 개편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금융위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존 적기시정조치 절차로 부실 여전사의 정상화 속도가 지연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오는 12월12일까지 4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내부 심의를 거쳐 법제처 심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여전사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 등의 경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었고, 여전사는 해당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습니다. 
 
여전사는 금산법상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경영개선명령 요건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부실 발생 시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여전사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와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에 따라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 순으로 제재가 강해집니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권고나 요구를 받은 여전사는 2개월 이내에 자본 확충이나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했는데요. 2개월이란 기간이 지나치게 긴 측면이 있어 기존 '2개월'에서 '15일'로 단축했습니다. 
 
부실 여전사에 대한 자산·부채 평가 기준도 신설했습니다. 평가 기준은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화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돼 금융감독원장이 여전사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조정자기자본비율이 1.5%(카드사는 2.5%) 미만인 경우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평가등급이 5등급(위험)으로 판정된 경우 등입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에 대비한 자본 여력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전사 적기시정조치 과정이 저축은행에 비해서 절차가 너무 길고 복잡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부실 조치가 장기화되다 보니 적기에 처리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있어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근 금융감독원과 실무 이행 과정에서 이번 개정안에 대한 공감대도 있었고 사례도 있었다"면서 "당장 여전사에 큰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생길 수 있어 미리 조치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소형사 부실PF 위험 커져
 
당국 개선안에 대해 카드사들은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는 반면 캐피탈사들은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과거 '카드 사태' 이후 적기시정조치 사례도 없었고,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를 꾸준히 해와서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부실 PF가 늘어난 캐피탈사 중 자본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 중심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CNH캐피탈이 캐피탈사 중 처음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받았습니다. CNH캐피탈은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4등급을 받았는데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리스 영업을 이어오던 중 자영업 경기 악화로 연체가 급증하면서 부실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NH캐피탈의 연체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55.49%,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7.16%, 조정자기자본비율은 -37.63%로, 부실 규모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다른 캐피탈사들도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회복이 더딘 상황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캐피탈사의 PF 대출 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55%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상반기 기준 대출 규모가 약 19조8000억원으로 2022년 말(27조2000억원) 대비 27%가량 줄었지만, 사업성이 낮은 PF 대출 정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가 부실 PF를 정리하는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부실 자산 처리를 끌어내기 위해 제도를 손질한 것으로 본다"며 "이번 개정안으로 규모가 작은 캐피탈사는 건전성 관리에 더 힘써야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사 적기시정조치 제도 개편을 골자로 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사진은 서울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내부 간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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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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