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0% 이상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새 감축 목표를 발표하자 산업계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기존 48% 감축안조차 과도하다는 입장이었는데 감축 목표 상향이 추진될 경우 수조 원대의 추가 비용과 기술적 제약으로 “생산 감소와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반응입니다.
6일 국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개최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6일 국회에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공청회를 개최하고, 상한 60%, 하한 50% 또는 53%의 감축안 두 가지를 최종 후보로 공개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중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다음 주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최종안을 확정·공개할 예정입니다.
감축목표의 윤곽이 드러나자 산업계는 막대한 비용 부담을 언급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습니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팀장은 “산업계가 제시한 48% 감축안은 과학적으로 오랜 기간 검토 끝에 도출된 가장 강력하고 적극적인 제안이었는데 가장 약한 안으로 취급되는 것은 아쉽다”며 “사회적 비용, 재원 조달,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철강·비철금속·시멘트·정유·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 단체와 함께 조사한 결과 제4차 배출권거래제(2026~2030년) 기간 동안 약 1억톤(t)의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배출권 단가를 t당 5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약 5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마저도 일부 업종에 국한된 추산으로,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면 부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부담의 근본 원인으로는 기술 한계와 경제성 악화가 거론됩니다. 실제 다국적 철강 기업 아르셀로미탈은 독일 정부의 13억유로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높은 전력 비용과 수소의 경제성 불확실성, 시장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수소환원제철 프로젝트를 중단했습니다.
조 팀장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혁신 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며 “일본도 ‘탄소중립이 경제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 아래 정부가 먼저 GX(그린트랜스포메이션) 이행채를 발행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탄소를 내뿜는 철강공장. (사진=연합뉴스)
산업계는 과도한 감축 목표가 산업 경쟁력 약화,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제시했습니다. NDC가 규제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강성욱 한국철강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오늘 이 자리에 산업계 중 대표로 나선 이유는 철강이 탄소 다배출 업종이자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지만 동시에 건설·자동차·조선·방산 등 주요 산업의 기반이자 경제 안보의 근간이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철강업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48% 감축안도 산업계 감축 여력을 넘어서는 수준이 현실인데 50~60% 감축 목표는 어떤 기술로 어떻게 달성해야 할지 판단조차 어렵다”며 “감축 여력을 초과한 목표가 설정되면 결국 인위적인 생산량 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는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 수출 감소로 연결되고 제조업 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이어 “정부가 철강업계에 부여한 750만t을 감축하려면 1조3000억원의 투자비와 3조6000억원의 운영비 등 약 5조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며 “전기로 전환 투자 지원, 철스크랩 공급 안정화, 탄소 저감 강재 인증제 도입 등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수소환원제철 상용화가 2037년 이후로 전망되는 만큼 청정 전력 인프라는 국가 차원의 조기 투자가 필수”라며 “기업 단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