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폐지 땐 '면소·취하'…'방탄' 논란 격화

취지는 '경영 부담' 완화…대통령 구하기 '의심'
폐지 후 대체입법 가닥…유형별 입법 '장기화'

입력 : 2025-11-10 오후 5:10:43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항소 포기에 이은 여당의 '배임죄 폐지' 방침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원천 차단에 힘을 실을 전망입니다. 어떤 시기·방식으로든 배임죄가 사실상 폐지되고 나면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면소 판결 혹은 검찰의 공소 취소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인데요. 다만 '방탄 입법'에 대한 정치권 논란은 잠재우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명분은 '경제'…어떤 시나리오든 '해방'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에서 이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 두 가지입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건 일당에게 배임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특경가법상 배임 대신 업무상 배임(형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대장동 사건의 특경가법상 배임은 다룰 길이 없어졌습니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이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특경가법상 배임도 책임 소재를 다룰 수 없게 됐습니다. 대신 대장동 개발 비리에 가담한 일당이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최고 결정권자였던 이 대통령에 대한 책임 추궁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요. 아직 업무상 배임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배임죄 폐지' 추진은 이마저도 차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9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배임죄 폐지에 대해 "노사의 문제를 평균적으로 봐야 한다고 대통령께서 늘 말씀하셨듯, 노조법(노란봉투법) 통과가 먼저 됐을 때, 배임죄 역시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는 것이 평소 대통령의 지론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민주당이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한 입장입니다. 
 
강 대변인은 또 "방향은 그쪽(완화 혹은 폐지)으로 설정돼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수위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조절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도 지난 9월1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제1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형사처벌 만능 국가가 됐다"면서 "형사처벌 때문에 기업인들이 망설이는 일은 없는 방향으로 정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폐지와 완화 중 특정 방향은 설정하지 않고 열어둔 채 논의하겠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의 설명에 따르면 배임죄 폐지와 관련한 몇 가지 시나리오가 추려집니다. 우선 형법상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게 되면 이 대통령은 대장동·백현동 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게 됩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데, 모호성과 과잉 적용 문제로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져왔습니다. 
 
결과적으로 배임죄 자체가 폐지되게 되면 해당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대통령 사건 재판이 재개되더라도 유죄판결과 형사처벌 대신 면소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상 재판 종료입니다. 
 
만약 판결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배임죄 폐지 입법이 이뤄지면 '형 집행 면제' 조치가 예상됩니다. 이 경우 '기존 사건'의 적용 여부를 다루는 개정안 부칙의 문구가 관건입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배임죄 폐지 입법 지연에 따른 재판 재개 여부입니다. 이때는 기존 법률 적용에 따라 면소도 불투명해지게 됩니다. 결국 재판 재개 여부 자체가 관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배임죄 폐지 후 '대체입법' 추진입니다. 이는 과잉 규제되고 있는 배임죄의 모호성을 차단하고, 유형별로 별도의 처벌 규정을 마련해 입법 공백을 막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경우에도 이 대통령 사건은 면소 판결과 함께 검찰의 공소 취하가 가능해집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지난 4월22일 서울 서초구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사건 7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탄 입법' 꼬리표 불가피
 
정부·여당의 배임죄 폐지 방침은 노란봉투법의 통과에 따른 기업 경영의 부담으로 인해 경영 활동까지 위축시키지 않겠다는 일환입니다. 코스피 5000시대를 바라보는 상황에서 배임죄 폐지가 기업 경영에 탄력을 불어넣을 거라는 건데요.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배임죄 폐지가 '대통령 방탄'을 위한 입법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야권에서는 대장동 재판의 항소를 막은 것에 더불어 배임죄 폐지를 통해 '대통령 구하기'에 나서는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여당 역시 방탄 입법 논란 불식을 위해 배임죄의 폐지보다는 대체 입법 마련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입니다. 범죄 유형을 세분화하는 대체입법을 통해 '면소'와 관련한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범죄 유형화 작업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배임죄 폐지 후 입법'에 대한 비판은 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배임죄 폐지가 맞물리면서 정치권이 시끌벅적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아직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는 법무부 소관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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