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지난 5월29일 경북 포항기지 인근에서 추락한 해군 P-3CK 해상초계기의 잔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해군이 6개월 가까운 조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29일 경북 포항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P-3CK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의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워낙 개발된 지 오래된 기종이라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가 장착되지 않은 데다 수거된 음성녹음장치는 손상이 심해 복구할 수 없었다는 게 해군의 설명입니다. 1950년대 말 개발된 P-3 계열 해상초계기를 교체하는 사업이 시급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해군은 13일 "지난 5월29일 경북 포항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P-3CK 사고 직후 민·관·군 위원으로 합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현장 조사, 잔해 수거 및 기체 재구성, 엔진·프로펠러·조종계통 등 기체 잔해 정밀조사, 조직관리 및 인적 요인 분석, 상황 재연 및 검증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심층 조사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다만 해군은 "비행 상황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인 기지경계용 CCTV 영상 자료를 다수 확보해 영상 분석 업체에 의뢰해 사고기의 이륙부터 사고 시까지의 위치, 고도, 기수 방향, 자세각, 경사각 및 속도 등 비행 자료를 분석했다"며 "CCTV 분석 결과, 사고기는 이륙 상승 단계에서는 속도, 고도 및 자세가 정상이었지만 상승 선회 단계에서부터 정상 비행보다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고도 상승은 미미했으며, 자세각은 높고, 경사각은 깊어지는 등 점차적으로 실속 여유를 잃어 실속 및 조종 불능 상태로 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군은 "CCTV 분석 자료를 토대로 P-3 항공기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재연한 결과 정상 비행에 비해 상승 선회 시작 구간부터 엔진 출력과 프로펠러 각도가 적었던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고 후 수거된 프로펠러 각도를 조사한 결과, 조종사는 실속 회복을 위해 절차에 따라 출력을 줄인 것으로 추정되며, 지면 충돌 직전 중력에 의한 속도 증가로 조종성이 일부 회복됐지만 회복을 위한 충분한 고도는 아니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해군은 "사고에 영향을 준 요인은 기계적, 인적, 환경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군이 지목한 기계적 요인은 엔진 손상입니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판단하는 것은 제한되지만 1번 엔진의 파워터빈 1단에서 내부 이물질에 이한 손상이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사고 기종에 실속 경보장치가 장착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받음각 지시계의 위치가 조종사가 눈으로 즉시 보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등 기체 자체가 위기 상황에서 조종사의 인지 확률을 저하시키는 구조였다고도 했습니다.
인적 요인은 인력 부족으로 교범에 있는 훈련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비행 교범에 수록된 실속 회복 훈련과 조종 불능 회복 훈련을 실시하지 않아 사고기 조종사의 비상 대응 능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적 요인으로 CCTV상 지면 충돌 직전 조종사가 회복 조작을 수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회복에 필요한 여유 고도가 부족했던 것을 지목했습니다.
해군은 "이 같은 요인을 종합한 결과, 인력 부족과 그에 따른 훈련 기회 부족, 비행 기량 관리 미흡 등이 장기적이고 구조적으로 작용해 비행 안전을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정확한 사고 원인은 찾아내지 못한 채 오래된 항공기와 인력 부족만 탓하게 된 셈입니다.
이 같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해군은 비행승무원들의 비행훈련 강화와 비행대대 인력 충원에 초점을 둔 인력 운영과 인사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아울러 해군은 조종사를 비롯한 모든 비행승무원에 대한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기체 정밀검사를 완료해 이상 없음을 확인한 만큼 시험비행과 단계적 훈련비행을 거쳐 P-3 기종 항공기의 정상 비행을 재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