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에 휘청한 SKT…AI 투자·주파수 재할당까지 '첩첩산중'

2.6㎓ 대역 형평성 논란 재점화…SKT 추가 부담 우려
AI 투자 여력도 압박…"정부, 합리적 산정 필요"에 목소리

입력 : 2025-11-24 오후 5:00:51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지난 4월 발생한 사이버 침해사고로 2·3분기 연속 실적 악화를 기록했습니다. 해킹 여파가 잠잠해지자 조 단위 투자인 주파수 재할당 시점까지 도래했습니다.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에 따라 통신은 물론 인공지능(AI)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에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24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결기준으로 2분기 당기순이익 규모가 83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고, 3분기에는 당기순손실 166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 진행된 드러난 유심 해킹으로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줄었고, 유심 무료 교체와 대리점 보상안이 반영됐고, 3분기에는 통신요금 50% 감면과 멤버십 제휴사 확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부과된 1348억원 과징금 등 영향으로 매출을 넘는 비용 지출이 발생했습니다. 비용확대가 결과적으로 실적에 충격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말 공청회를 열고 주파수 재할당의 세부 정책을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차후 경영도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해킹 보상안으로 대규모 비용이 투입된 것에 더해 조 단위 지출이 예고된 까닭입니다. 
 
주파수 재할당은 내년 6월과 12월 재할당 시점이 도래하는 3G·LTE 주파수로, SK텔레콤 155㎒, KT(030200) 115㎒, LG유플러스(032640) 100㎒의 주파수가 각각 해당돼 총 370㎒ 규모가 대상입니다.
 
SKT T타워.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재할당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2.6㎓ 대역의 대가 산정입니다. 다른 대역들과는 달리 유독 통신사 간 기존 내고 있는 할당 대가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2.6㎓ 대역은 이번에 총 100㎒이 재할당 대상인데요. 이 중 SK텔레콤 40㎒, LG유플러스 40㎒는 2021년 재할당 시 같은 C그룹으로 묶인 대역입니다. 같은 그룹의 주파수임에도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의 두배가 넘는 할당 대가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2016년 주파수 경매에서 2.6㎓ D블록(40㎒)을 9500억원, E블록(20㎒)을 3277억원으로, 총 1조2777억원에 낙찰 받아 10년 기간으로 이용 중인데 LG유플러스는 2013년 경매에서 2.6㎓ 대역 (40㎒)을 4788억원에 낙찰 받아 8년 이용 이후 2021년 재할당을 통해 27.5% 할인을 받은 바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주파수 할당대가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할당대가는 향후 주파수 이용에 대한 대가를 정하는 것인 만큼 재할당 시점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아울러 LTE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 하락에 대한 재산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기존에 높은 대가를 부담해온 만큼, 지금의 경매가 유지된다면 추가 부담이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가격 적정성 논란이 심화되는 것은 정부의 세부 정책에 따라 통신은 물론 AI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투자 분배를 해야 하는데, 자칫 AI에 투입돼야할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AI 에이전트, AI 데이터센터(DC) 등 다양한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진행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인데,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경우 AI 투자 지연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해킹 보상에 따른 비용이 확대되면서 현금성 자산도 줄었습니다. 연결기준 3분기 말 SK텔레콤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1조6657억원으로 1년전 대비 6000억원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5363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3분기 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전환과 해킹 등 그 어떤 때보다 통신산업계의 변동성이 큰 지금, 주파수 재할당이라는 큰 변수를 합리적이고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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