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출석’ 여인형…"윤석열, 안가서 ‘계엄’ 말해…무릎 꿇고 반대했다"

여인형, 윤석열 내란 재판서 증인신문 진행
'증언 거부'하면서도 본인엔 유리한 증언만
"저는 일개 사령관…'출동하라 지시'만 했다"

입력 : 2025-11-24 오후 5:36:5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24일 윤석열씨의 내란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대부분 증언을 거부하면서도 윤씨의 비상계엄 선포에 '강하게' 반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자신을 '일개 사령관'이라고 칭하면서 "(부하들에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동하라는 지시 밖에 안 했다"고 했습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지난 2월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씨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진행된 윤씨의 내란수괴 등 혐의 공판기일에는 여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씨로부터 정치인 체포 및 선관위 침투 등을 직접 지시받고 이행한 인물로 지목됩니다. 
 
여 전 사령관은 본인이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앞서 윤씨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왔을 당시 '방첩사의 선관위 침투를 지시한 적 없다'라고 진술해 위증죄로 추가 기소된 만큼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위증죄가 걱정된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날 특검이 윤씨가 처음 비상계엄을 언급한 시점과 관련 지난해 12월3일 이전 여 전 사령관과 윤씨가 수차례 만난 사실 여부에 관해 질의했습니다. 하지만 여 전 사령관은 증언을 거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증언한 건 지난해 5~6월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윤씨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함께 저녁 모임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여 전 사령관은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방첩사 등으로 이관된 대공수사 진행 경과를 (윤씨에게) 말씀드리려고 (안가에) 갔다"며 "간첩 수사 어려움을 말하자 대통령이 감정이 격해졌는데, 헌법이 보장하는 비상대권조치인지 긴급명령권인지 헷갈리는데 그런 말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또 "(윤씨 입에서) 계엄이라는 말도 나왔다'며 "저는 일개 사령관이지만 군이 어떤 상태인지를 정확히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군생활을 30년 이상 했는데, 계엄 훈련은 한 번도 안 했다. 아무리 헌법이 보장한 계엄이라고 해도 군은 (계엄을 수행하기) 불가능하다는 실태를 말씀드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일개 사령관인데 대통령 앞에서 (계엄이 불가능하다는) 무례한 발언을 했구나 생각해 무릎을 꿇었다"며 "(계엄 발언은) 제게도 충격적이었다"고 했습니다. 증언을 거부하던 여 전 사령관이 '본인은 비상계엄을 반대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건 눈 여겨볼 대목입니다.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가 회동의 일화에 대해서만 증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여 전 사령관은 증인신문 내내 변명만 늘어놨습니다. 특히 윤씨처럼 '이번 계엄에서 중요한 건 계엄군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부하들을 위해 대변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방첩사 수사단장 이하로 직접 체포 지시를 받거나 체포를 실행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관위 출동과 관련해서도 "수사관들이 근처 편의점, 골목, 주차장 등에 있었다"며 "(계엄 선포 후) 출동 안 할 수는 없으니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여 전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국회와 선관위로) 출동하라고 지시는 (제가) 했다"면서도 "그다음에 어디 도착해서 뭘 하고 있는지 확인 안 했다. 사령관으로서 제 마음은 어땠을까 미뤄 짐작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출동 지시 자체가 부하들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내란특검 질문엔 "지시하는 입장이면서 지시받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번 계엄은 계획도 명령도 상황일지도 없다"며 "군인들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가 핵심이다. 각자 소견대로 옳은 대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특검이 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메모를 바탕으로 질문하자 크게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비상계엄 선포 한 달 여 전부터 '포고령 위반 최우선 검거', '이재명, 조국, 한동훈, 정청래' 등을 적은 메모가 발견됐습니다. 특검은 최근 여 전 사령관 메모를 증거로 윤씨와 여 전 사령관 등을 일반이적죄로 추가기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저 혼자 끄적였다 지웠다 한 건데, 특검이 조각조각난 메모를 취사 선택해서 스토리라인을 멋대로 만들었다"며 "정말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박억수 특검보는 "증인은 방첩사령관으로 수사지휘 많이 해봤을 텐데, (특검으로선) 범인이 범행 일체를 진술하지 않을 때 포렌식으로 나온 조각조각 메모를 통해 전모를 밝히려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단 것을 알지 않느냐"며 "증인의 공격적 태도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여 전 사령관은 "특검보 말씀이 맞다"며 "감정이 격해졌고 억울한 마음에 그랬다"면서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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