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마지막 일정으로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하며 방산 세일즈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방산 수출 강국인 양국이 협력에 합의함에 따라, 튀르키예의 강점인 무인기 기술과 한국의 강점인 전차·미사일 기술이 상호 교류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튀르키예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한-튀르키예 정상회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튀르키예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양국이 방산 강국 도약을 위해 공동생산, 기술협력, 훈련교류 등에 있어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며 “분야별 협력의 진전을 점검하기 위해 양국 간 경제공동위원회도 10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양국은 방산 분야에서 주로 튀르키예가 한국 무기체계 기술을 이전받아 현지에서 개발·생산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타이 전차’ 사업입니다. 알타이 전차는 튀르키예가 2008년 현대로템으로부터 K2 흑표 전차 생산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최초의 자국산 전차입니다. 또한 튀르키예의 주력 자주포 T-155 피르티나도 지난 2001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당시 삼성테크원)의 K9 자주포 기술이전을 통해 개발되었습니다.
정부가 튀르키예와 적극 협력에 나선 이유는 과거 기술이전 중심이었던 튀르키예가 이제 방산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며 협력 가치가 높은 무기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튀르키예는 2020년 20억달러에서 지난해 70억달러로 무기 수출액을 급격히 늘리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튀르키예의 전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은 1.6%(11위)로, 한국(2.0%, 10위)에 이어 11위를 기록했습니다.
터키의 무장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비행 모습. (사진=터키 국방부)
튀르키예 방산이 급성장한 가장 큰 요인은 무인기 기술입니다.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는 튀르키예 방산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표 무기입니다. 해당 무인기는 단순한 정찰용 드론을 넘어 공격 능력을 갖춘 전술무기로, 리비아 내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양한 실전에서 성능을 입증하며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 세계 드론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양국의 파트너십은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산학과 교수는 “20여년 전에는 한국이 송골매 등 무인기 기술에서 앞서 있어 튀르키예가 기술을 습득하러 왔지만, 현재는 우리 기술이 약 10~15년 정도 튀르키예에 뒤처진 상태”라며 “튀르키예는 무인기 관련 개발 프로세스가 신속하고 유연해,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기술 역량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차, 자동 사격 장치, 미사일 기술 등에서는 우리가 앞서 있어 튀르키예가 기술협력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양국이 라이벌 관계인 만큼 기술 협상이 전략적으로 진행될 텐데, 이 과정에서 신중하게 접근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