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주주환원…재계, 기업가치 제고 분주

10대 그룹 3분기까지 10조3073억 배당
배당 늘린 현대차…자사주 소각 나선 LG
상법개정안에 재계 고민…경영 위축 우려

입력 : 2025-12-01 오후 2:35:16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 기조에 발맞추는 모습입니다. 다만 주주 친화적 정책 이면에는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같은 경영권 방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면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모습. (사진=뉴시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삼성전자·SK·현대자동차·LG·롯데지주·포스코홀딩스·한화·HD현대·GS·신세계 등 재계 10대 상장사의 현금 분기·중간배당액은 총 10조307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9조7798억원)보다 5.4% 증가한 규모입니다.
 
이재명정부 들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전격 시행한 데 발맞춰 주주환원을 꾀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차는 올해 9월까지 1조9581억원을 배당했습니다. 배당액은 작년 3분기(1조5814억원)에 견줘 23.8% 늘어난 수준으로, 증액 규모는 주요 상장사 가운데 가장 큽니다. 현금배당성향(연결 기준)도 15.4%에서 23.3%로 올랐습니다.
 
올해 첫 중간배당을 실시한 LG는 내년 상반기에 2500억원 규모의 잔여 자사주 전량을 모두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올 한 해 LG전자, LG생활건강 등 LG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하는데, 내년에도 소각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주환원을 꾀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LG는 세후 약 4000억원 규모의 광화문빌딩 매각 금액을 ABC(AI·바이오·클린테크) 영역에 투자하는 한편 일부 금액은 주주환원 재원에 활용할 예정입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7년까지 8~10%까지 올릴 방침입니다.
 
지난해 1월 3년에 걸친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내년까지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하고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3분기까지 지급된 배당총액은 7조3544억원입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총 10조원 규모 자사주 중 임직원 주식 보상분 제외한 8조4000억원도 전량 소각할 예정입니다.
 
그룹 계열사별로 지주보다 더 많은 중간·분기 배당을 실시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기도 합니다. SK는 올해 3분기까지 826억원을 배당했는데,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보다 25% 늘린 7772억원을 배당했습니다.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는 2028년까지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3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내놨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가치 괴리를 해소한다는 복안입니다.
 
이 밖에 포스코인터내셔널(1449억원), HD한국조선해양(2263억원), 롯데쇼핑(339억원) 등도 중간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연 1회 결산 배당에만 치중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배당을 확대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HD현대의 배당금은 1908억원이며 롯데지주는 분기·중간 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재계에서는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으로 화답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한 모습입니다. 특히 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경영권 방어 수단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경영 위축을 막기 위한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핵심이며, 실제 실행이 따라준다면 20~30% 수준의 개선이 가능하다”면서도 “상법 개정안은 경영권 불안과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사주 의결권 제한만 강행할 것이 아니라, 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가치 제고를 동시에 유도하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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