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은 외곽 지역과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경매 물량이 늘어나며 '영끌' 투자의 후폭풍이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5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집합건물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총 4만5324건으로 2년 전(3만5149건)보다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11월 서울 집합건물을 대상으로 한 '임의경매개시결정' 건수는 593건을 기록했습니다. 10월 284건에서 한 달 만에 309건 증가한 수치로, 올해 5월 687건 이후 가장 많습니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법원에 넘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제경매와 달리 별도 재판 과정 없이 법원에 바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됩니다. 임의경매 부동산 가운데 주거시설이 대부분인 집합건물의 증가세가 가파릅니다. 집합건물에는 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집합상가 등이 포함되는데요.
(그래프=뉴스토마토)
자치구별로는 지난달 대부분 지역에서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특히 도봉구·영등포구·금천구·관악구 등 외곽 지역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도봉구로, 10월 10건에서 11월 214건으로 2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영등포구도 10건에서 51건으로 5배 늘었고, 금천구(35→54건), 강북구(12→28건), 관악구(3→16건), 동대문구(11→21건) 순으로 증가 폭이 컸습니다.
이 밖에도 은평구 24→33건, 양천구 13→19건, 송파구 11→17건, 마포구 4→10건, 서대문구 3→10건, 동작구 2→7건, 노원구 8→10건, 강남구 22→23건, 서초구 9→10건, 성북구 6→9건, 중랑구 6→7건 등 대부분 자치구에서 소폭 증가했습니다.
비아파트 시장 침체 원인…외곽 지역 물량 집중
임의경매 증가의 배경에는 비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리가 낮던 시기에 빌라나 오피스텔을 매입해 임대사업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전세사기 사태 이후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고금리 부담까지 이중고를 겪으면서 결국 경매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경매 물건 중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나 오피스텔 비중이 높아진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올해 1~11월 전국에서 집합건물에 토지와 건물까지 포함한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은 12만848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달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경기 지역이 320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경남과 충남이 각각 1366, 869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경기 지역 내에서는 화성시가 370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에서는 도봉구에 가장 많이 임의경매 신청이 몰렸습니다
최근 5년간의 임의경매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2020년 8만7812건에서 2021년 6만6248건, 2022년 6만5586건으로 다소 감소하다가, 2023년에는 10만5614건, 2024년에는 13만9874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 2023년 이후 임의경매 신청이 급증하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월별로 보면 지난 7월 1만3488건의 부동산이 임의경매로 넘어가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월평균으로는 1만1680건이 부동산 임의경매로 넘어가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누적 건수는 14만건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중구 남산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2021~2022년 저금리 시기에 대출을 받았던 '영끌' 수요자들이 변동금리 전환과 함께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로 매각도 쉽지 않아 경매로 내몰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특히 서울 노원·도봉·강북 등 외곽 지역은 가격 회복이 더뎌 경매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래 절벽이 심화하면서 집을 처분해 빚을 정리하려는 출구 전략도 사실상 막힌 상황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주간 매매거래지수는 12월 첫째 주 11.62로 10·15 대책 시행 전주 44.77에서 74%가량 줄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