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500대 기업 중 상장사의 올해 3분기 여윳돈이 1년 새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액만으로는 20조원 이상이 증가한 것인데, 반도체 업황 개선 덕택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된 영향입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1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분기(9월) 보고서를 공시한 500대 기업(금융사 제외) 중 상장사 237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 총액은 69조6498억원으로 전년 동기 49조539억원 대비 20조5959억원(42.0%) 늘었습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을 뺀 수치로,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양호한지를 알려주는 지표입니다.
조사대상 기업의 올해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64조4827억원으로 전년 동기(132조1035억원) 대비 24.5% 늘어났습니다. 자본적 지출도 94조8329억원으로 전년 대비(83조496억원) 14.2% 확대됐습니다. 자본적 지출은 미래의 이윤 창출, 가치 취득을 위해 지출된 투자 과정에서의 비용을 일컫습니다.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난 기업은 127곳으로 감소한 기업 110곳 보다 많았습니다.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난 기업 중 한화오션, LG화학, 삼성E&A 등 38곳은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반면 HD현대건설기계, 롯데웰푸드 등 23곳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3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 누적액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전년 대기 42.6% 증가한 19조38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2배 가까이 증가하며 잉여현금흐름도 8조1543억원(138.6%↑) 늘어난 14조39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기아(4조2659억원), 한국가스공사(3조9633억원), HD현대중공업(3조4552억원), 한국전력공사(2조8728억원), 현대모비스(2조3694억원), HMM(1조9615억원), LG화학(1조8438억원), 삼성E&A(1조5268억원) 등이 상위권에 들었습니다.
반면, 현대건설(-1조4727억원), LG에너지솔루션(-1조4511억원), 두산에너빌리티(-1조3064억원), LG디스플레이(-1조2106억원) 등 4곳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조원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잉여현금흐름 증가액이 가장 큰 기업은 SK하이닉스(8조1543억원↑)였습니다. 이어 삼성전자(5조6919억원↑), 한화오션(2조9231억원↑) 순이었습니다.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크게 감소한 기업은 현대자동차입니다. 현대차는 미국과의 관세 협정 지연 여파로 전년 동기(4조8821억원) 대비 잉여현금흐름이 72.0% 감소한 1조365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업종별로는 IT전기전자 업종이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IT전기전자 업종 21곳의 잉여현금흐름 총액은 29조7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조5772억원(96.1%) 늘었습니다. 이 밖에 조선·기계·설비(8조3695억원↑), 석유화학(3조5510억원↑), 공기업(2조4973억원↑), 제약(8982억원↑), 유통(5835억원↑) 순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자동차·부품 업종은 같은 기간 3조9424억원 줄면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서비스(1조9107억원↓), 운송(1조7182억원↓), 철강(1조4463억원↓), 통신(1조4438억원↓) 등 순으로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했습니다.
CEO스코어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크게 늘어나 증가세를 주도했다”며 “늘어난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로 이어졌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