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우시스의 두 얼굴)②창호 특판대리점도 피해 호소…"범LG가 명성 추락"

돈에 쪼들리는 대리점들…불황 속 LX하우시스 담보 요구 커져
인건비 인상률에 못 미치는 가시공비 불만도
이정문 의원 "대리점에 비용 전가·거래 제한 강요는 불공정 행위이자 갑질"

입력 : 2025-12-15 오전 7:00:00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국내 창호 시장 1위 업체인 LX하우시스(108670)의 중소 협력업체 갑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LX하우시스의 창호 특판 대리점들까지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유리 제조 협력사에 불공정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LX하우시스의 두 얼굴)①국감 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기사 참고.) 창호 특판 대리점들은 LX하우시스가 대리점을 이용해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5일 LX하우시스 창호 특판 대리점들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LX하우시스 측의 압박이 거세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창호 특판 대리점은 LX하우시스에서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LX하우시스에서 창틀과 창짝을 만들 원재료를 구매해 가공하고 시공하는 업체입니다. 이들 대리점은 LX하우시스에서 자재를 사서 창틀과 창짝을 만듭니다. 해당 제품을 현장에서 시공하고 LX하우시스로부터 가공비와 시공비, 즉 가시공비를 받습니다. 현재 LX하우시스는 창호 특판 대리점 약 30곳을 두고 있습니다.
 
LX하우시스, 특판 대리점에 자사 제품 가시공만 강요
 
문제는 LX하우시스의 경우 특판 대리점이 LX하우시스 제품만 가공하고 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상에 이 같은 내용이 명시돼 있습니다. 따라서 LX하우시스 창호 특판 대리점들은 다른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고 오로지 LX하우시스 제품만 가시공합니다. 타사의 경우 대리점들이 다른 기업 제품도 가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한 대리점 대표는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분명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이런 내용을 따질 수는 없었다. LX하우시스 인지도가 높아 영업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에 LX하우시스가 하자는 대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리점들은 LX하우시스로부터 현장을 할당받고, 직접 영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46년간 LG하우시스 시절부터 LX하우시스와 거래했던 한 대리점 대표는 "대리점이 직접 영업을 하는 경우 협상력에 따라 유리하게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는데 개별 대리점 영업력과 상관없이 LX하우시스는 자체 시스템을 통해 가시공비를 조정하고 있다"며 "LX하우시스가 투명하게 가시공비 책정 내용들을 공개하지 않아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LX하우시스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보니 그대로 따라가는 상황이었다. 불합리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까다로워진 담보 규정…대리점, 자재 구입비 부족에 시달려
 
최근에는 담보로 인한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LX하우시스 직접 계약분임에도 LX하우시스는 가시공을 하는 대리점에 담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리점들은 대형 건설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현장에 걸맞은 자재를 구매해 가공하려면 구매 자금이 필요합니다. 구매력이 부족한 대리점들은 집 등 담보를 통해 자재 대금을 빌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건설 현장 특성상 공사 속도가 다르고 안전 등의 문제가 생기면 공사가 중단되기도 하기 때문에 자재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LX하우시스 측이 이전에는 담보 이상으로 돈을 빌려줘서 자금이 원활하게 흐를 수 있도록 했으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깐깐해지고 있다고 대리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30년 이상 LX하우시스 대리점을 운영해온 한 기업의 부사장은 "담보가 힘들어졌다. 예전에는 담보 이상으로 설정을 더 해주는 식으로 회사들이 어려워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했는데 요즘에는 채권 문제가 매우 타이트해졌다"며 "최근 1년 6개월 전부터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크게 변한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려울수록 대기업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데 LX하우시스는 회사 손실을 줄이는 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며 "가시공비 비율을 높여주는 등의 방법을 통해 건강하고 괜찮은 대리점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면 장기적으로 LX하우시스에게도 좋은 방향일 텐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LG하우시스 때와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다들 업계에서 이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LX하우시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LX하우시스가 직접 계약한 건이지만 대리점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있는 셈"이라며 "대리점들은 자신의 계약분이 아님에도 담보를 쓰고 있는데 그마저도 더 깐깐해졌다. 이로 인해 대리점들의 자금 사정이 묶여버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낮은 가시공비 비율도 일부 대리점에서 문제 삼았습니다. 최저시급 상승으로 인해 인건비가 급등했으나 가시공비 비중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건설 경기가 어려워진 데다 여러 고질적인 문제가 반복되자 최근 3년간 2개의 대리점이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2년에 사업을 접게 된 전 대리점 대표는 "LX하우시스와의 거래가 아픈 기억이 돼버렸다"면서 "작은 기업이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전했습니다.
 
(사진=LX하우시스)
 
LX하우시스 OB "구조적 문제서 비롯실적 일변도 화근"
 
LX하우시스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지난 10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특판 대리점 관련 불만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고 짚었습니다. LX하우시스에 장기 근무하며 특판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업계 관계자는 "창호 특판 대리점과 유리를 제조하는 회사는 모두 공장을 갖고 있다.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면 고정비를 회사가 다 안게 되니까 손해를 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경기가 좋을 때에는 그나마 물량이 많아서 괜찮지만 지금처럼 건설 경기가 어려워져서 물량이 적어지면 압박이 아래로 내려와서 특판 대리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LG전자 출신들이 LX하우시스를 장악하면서 회사가 망가지기 시작했다"며 "노진서 LX하우시스 대표도 실적 숫자만으로 판단하다 보니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LX하우시스의 하도급업체 갑질을 지적했던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국내 창호 시장 1위 기업이 대리점들에게 비용 전가와 거래 제한을 강요했다면 이는 명백한 불공정행위이자 갑질"라고 지적하며 "대기업이 실적과 성과관리를 위해 중소 협력업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공정한 시장은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이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안도 함께 철저히 조사해 위법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창호 특판 대리점들의 이 같은 주장에 LX하우시스 측은 입장 표명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대진글라스와 현글라스의 신고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신고 건에 대한 결론이 난 후에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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