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난 때마다 반복되는 책임 떠넘기기…문체부는 뒷짐

문체부 "여행사 지도감독·행정처분 관할 지자체서 담당"…민사 구제 안내
컨트롤타워 없어 직항 늦은 한국…일본·베트남보다 늦은 귀국
3000만 해외여행 시대에 자국민 보호 법적 장치 허술

입력 : 2026-03-30 오후 6:09:55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동 전쟁 발발로 이집트 카이로에 발이 묶였던 패키지 여행객들 중 일부가 여행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정작 정부는 이번 사태에서도 뒷전으로 빠졌습니다. 큰 사고가 터질 때마다 여행사가 욕을 먹고 수습까지 떠안는 구조가 이번에도 반복됐습니다. 코로나19부터 지진, 태풍, 전쟁까지 해외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드러나는 이 구조적 공백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30일 피해 여행객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여행객들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책임 떠넘기기였습니다. 한 피해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문체부는 "여행사에 대한 지도감독 및 행정처분은 여행사 소재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한다"며 서울시 중구청으로 민원을 이첩했습니다.
 
그러면서 여행사와 소비자 간 불편 사항은 한국소비자원, 한국여행업협회의 여행불편처리센터를 이용하라고 안내한 뒤 여행불편처리센터로도 짐을 넘겼습니다. 해외에서 전쟁 피해를 맞닥뜨리고 수백만 원을 자비로 써가며 간신히 귀국한 여행객에게 정부가 내민 답은 소비자원과 여행불편처리센터의 전화번호였습니다.
 
게다가 문체부는 민원 답변에서 "여행불편처리센터 중재안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으로 민사소송을 통한 구제 절차도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관광 주무 부처가 피해 여행객에게 소송을 안내한 것입니다.
 
지난 9일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들이 아부다비에서 출발한 전세기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을 넘겨받은 중구청은 "현행법상 시·군·구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여행업 등록 및 운영 사항을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당 법령은 여행사의 피해 보상에 대한 행정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우리 구는 이에 대한 조정 권한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여행 피해 보상 및 보상 기준 관련 사항은 소관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문의하라고 문체부와 똑같이 안내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컨트롤타워 부재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관광 주무 부처는 문체부지만 항공은 국토부 소관이고 예산은 재정경제부가 쥐고 있습니다. 이 같은 여행 관련 재난 발생 시 부처 간 협업을 지휘할 중앙 기구가 없습니다.
 
특히 두바이공항이 전면 폐쇄됐다가 공항 제한 운영이 재개 됐을 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직항 항공편을 운영하지 않았습니다. 제한 운영 때 일본, 베트남, 중국, 말레이시아 등은 두바이에서 자국으로 향하는 직항편이 열렸습니다. 우리는 두바이에서 인천을 향하는 직항이 있었음에도 직항이 열리지 않아 다른 나라를 경유해 입국해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직항 항공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왔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없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는 대다수 여행객들이 두바이공항을 빠져나오고 난 다음에야 전세기를 띄웠다. 다른 나라보다 매우 늦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여행객들의 불만 접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별다른 수가 없습니다. 일부 여행사들은 아직도 지원안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여행업협회도 구속력이 없어 여행사들과 몇 차례 회의를 거치고도 별다른 권고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각사 자율에 맡겨져 소비자들의 불만만 커지고 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매번 되풀이되는 문제인데 강제성이 없으니 얘기만 듣고 끝나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여행사들은 반복되는 감염병, 대형 재난, 천재지변 등의 상황에서 모든 피해를 떠안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사 잘못이 아닌데도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는 건 여행사"라며 "모든 손실을 여행사가 떠안고 추가적으로 이어지는 손실까지 안는 구조인데 이럴 때 법적 구제 조치라도 필요한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고객들은 모든 피해에 대해 지원해 주기를 바라고 여행사들은 타사가 더 많은 지원안을 내면 당사 고객들이 불만을 표출하기 때문에 이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양쪽으로 욕을 먹을 수 있는 구조"라고 토로했습니다.
 
연간 해외 여행객 3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해외로 출국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또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 국민 절반이 해외로 나가는데 해외 여행객들의 안전에 대해 책임지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매뉴얼을 만들고 여행사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며 "천재지변, 전쟁, 자연재해 사안에 따라서 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는데 민간업체에만 맡길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카이로 체류 여행객 관련해서는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한국여행업협회, 한국소비자원, 여행사들을 모아놓고 공통된 안을 마련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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