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지난달 28일 중동 전쟁 발발로 이집트 카이로에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바이와 달리 카이로 공항은 정상 운영됐고 두바이 경유 항공편이 취소된 탓에 현행 약관과 법령 어디에도 명확한 책임 규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사마다 지원 기준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비자와 여행사 간 집단 소송으로 번질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2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중동 전쟁 발발 직후 이집트 카이로에 체류 중이던 국내 패키지 여행객들 중 다수가 여행사·협회·정부 어디에서도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한 채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을 자비로 부담하고 귀국했습니다. 같은 시기 두바이 공항이 폐쇄되자 여행사들이 고객들에게 체류비와 귀국 항공편 등을 지원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경유 항공편만 취소된 카이로의 경우 현행 표준약관에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약관상으로는 여행사의 책임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민법으로 법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해석 역시 법조인마다 다른 수준입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인 마디의 빅토리아 광장 인근에 전쟁의 포화를 피해 국경을 넘은 이스라엘 체류 국민과 동포, 단체관광객 등이 도착해 주이집트한국대사관이 마련한 도시락을 받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투어(080160) 여행 패키지로 카이로를 방문한 32명의 사례는 이런 혼란을 보여줍니다. 지난달 28일 이들은 가이드로부터 각자 귀국편을 알아서 구하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공휴일이라는 이유로 본사 직원이 부재해 대응이 어렵다는 얘기와 함께였습니다. 해당 패키지 여행을 했던 한 여행객은 "책임 있는 안내를 원했는데 본사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도 받지 못했다"며 "대형 여행사인 모두투어를 믿고 여행을 간 것인데 각자도생해야 하는 각자투어였다"고 말했습니다.
여행객 중 6명은 지난 23일 모두투어로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들은 모두투어 본사 차원의 조치가 전무해 빠른 항공편 확보 기회를 상실하고 고객 보호 의무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합당한 보상안이 없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법령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요구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카이로 체류 여행객들에 대한 여행사들의 대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놀유니버스는 지난 5일 고객들에게 귀국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비용을 전액 지원하겠다는 안내문자를 발송했습니다. 놀유니버스는 고객에게 "고객님 안전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중동 지역 포함 패키지를 이용하신 고객님들께 귀국 지연 기간 동안 발생한 항공권, 숙박비, 체류비, 식비 등 추가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9일부터 고객센터 일대일 문의를 통해 증빙 서류와 함께 접수해 주시면 접수된 순서대로 확인해 신속하게 지원 절차를 안내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놀유니버스는 지원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하나투어(039130)는 지난 20일에 지원안을 결정했습니다. 앞서 두바이 체류 고객에게 전액을 지원했던 하나투어는 카이로 체류 고객에게는 항공비, 숙박비, 체류비 등 추가 발생 비용의 50%를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모두투어는 카이로 체류 고객의 개별 귀국 항공 비용은 지원하지 않고 체류 비용만 1박당 15만 마일리지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참좋은여행(094850)은 카이로 체류 고객의 숙박비는 지원하되 귀국 항공 비용의 경우 지원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행사별로 대응이 다르고 고지 시점도 차이가 나면서 소비자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여행객들의 불만은 쌓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행사는 물론 소비자보호원, 한국여행업협회까지 불만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여행업협회는 여행사와 함께 지원안에 관한 회의를 갖고, 소비자원과도 회의를 열어 방안을 강구했습니다. 소비자원은 추가 발생 비용의 50%를 여행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협회가 개별 회사에 지원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각 사가 재량껏 지원안을 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한 회사가 전액을 지원하면 다른 회사는 왜 안 해주냐는 민원이 몰리는 구조"라고 전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