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대통령실이 17일 경기도 파주시청을 방문해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성매매 피해자(종사자) 지원 대책을 논의한 걸로 확인했습니다.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는 흔히 '용주골'로 불리는, 1950년대부터 이어져온 국내의 대표적 집창촌입니다. 이날 만남은 앞서 지난달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파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때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후속조치를 주문한 데 따른 후속조치입니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대통령실은 파주시청을 찾아 '파주 연풍리 소재 성매매 집결지' 현황을 파악하고, 성매매 피해자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전날인 16일 파주시청은 파주시민회관에서 '성매매 집결지 공간 전환 비전 선포식'을 열고 성매매 집결지를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2028년까지 가족센터, 성평등광장, 치유정원, 도서관 등 사회복지·문화시설을 짓고, 중장기적으로는 시립요양원, 건강증진형 보건지소, 파크골프장, 공영주차장 등을 세우는 겁니다. 폭력과 착취, 불법의 현장이었던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를 시민과 함께 성찰하고, 복지와 문화가 어우러진 열린 도시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파주시청이 성매매 집결지 비전을 선포한 이튿날 대통령실이 파주를 찾은 건 이 문제에 관한 이 대통령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 지를 보여줍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파주에서 열린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 "1만평 규모의 용주골 집결지가 70년간 지역의 발목을 잡아 왔다"라는 지역민의 호소를 듣고선 김경일 파주시장에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11월14일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 파주시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에서 열린 '경기 북부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이 대통령은 "(성매매 집결지에서) 종사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느냐. (중앙정부가) 무엇을 해주면 되느냐, 시청은 무엇을 하느냐", "(성매매 피해자를) 강제로 내쫓을 수는 없고 지원 정책이 조금은 필요할 텐데 시청에서 해주고 있느냐", "탈출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지원하느냐" 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도 성매매 집결지 문제가 지역 발전, 시민 안전, 인권 회복 등과 직결된 사안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파주시는 민선 8기로 김경일 시장이 취임한 후 성매매 집결지를 탈출한 피해자들이 다시는 성매매의 길로 돌아가지 않도록 자립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지원 근거가 되는 '파주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는 지난 2023년 4월21일 파주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이후 대상자를 넓히는 방향으로 조례와 조례규칙이 수차례 수정됐습니다. 현재는 파주시청은 성매매에 종사하다가 그만둔 피해자에게 생계비와 주거지원비, 직업훈련비, 자립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3년간 최대 약 7180만원을 지급하는 중입니다. 현재까지 누적 지원 대상자는 22명입니다.
김경일 시장은 타운홀 미팅 때 제기된 시민 의견을 반영, 안전 대책도 강구하는 중입니다. 파주시청은 타운홀 미팅 때 한 시민이 "완전한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이뤄질 때까지 경찰을 현장에 상주시켜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라고 하자 지난 4일부터 경기북부경찰청을 통해 경찰을 주·야간으로 성매매 집결지에 배치했습니다.
16일 김경일 파주시장이 경기도 파주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성매매집결지 공간 전환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파주시청)
한편, 용주골로 불리는 파주 성매매 집결지는 1953년 한국전쟁이 끝난 뒤 파주에 미군부대가 배치되고, 휴가·외출을 나온 미군을 위한 클럽, 다방 등 유흥업소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함께 태동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미군부대가 이전했지만, 이곳 명성을 듣고 성을 구매하려는 남성들이 찾아오면서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전국적으로 청량리 588과 미아리 텍사스 등 성매매 집결지 정비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됐지만, 성매매 업주들과 업소 여성들은 오히려 단속을 피해 이곳으로 넘어왔습니다. 파주시에 따르면, 2023년 1월만 해도 성매매 업소는 105곳(운영 중 73곳), 업소 여성은 200여명으로 추산됐습니다. 당시에는 대한민국에 남은 성매매 집결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파주 성매매 집결지가 다시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건 2022년 7월 김경일 파주시장이 민선 8기에 당선돼 취임하면서입니다. 파주 출신인 김 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된 악영향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김 시장은 2023년 1월 성매매 집결지 정비계획을 '2023년 1호 결재'로 채택하고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도시 정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