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공기관' 132곳…몰아치는 '인사 태풍'

공석·임기 만료만 91곳…알박기 청산·통폐합 수순

입력 : 2025-12-16 오후 3:49:2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 해 예산만 918조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344곳 중 132곳이 사실상의 '식물 공공기관' 상태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관장이 공석인 채로 운영이 되고 있거나, 이미 임기가 만료돼 언제 기관장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인 건데요. 기관장 '알박기'와 '낙하산' 임명의 민낯까지 드러나면서 대대적인 '수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임명 대기 '수두룩' 
 
16일 <뉴스토마토>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의 '2025년 공공기관 일반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현재 공석 △임기 만료 △2026년 6월 말 내 임기 종료인 기관은 총 132곳(부설기관 합산)으로 집계됐습니다. 
 
2025년 자료를 기준으로 공공기관 344곳 중 기관장이 현재 공석인 곳은 47곳에 달합니다. 공공기관의 약 13%가 기관장이 임명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강원랜드 △한국가스기술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에는 기관장 대신 대행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임기가 만료됐지만 기관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44곳에 달합니다.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이미 지난해 임기가 만료됐지만, 차기 이사장 공모 과정 중 12·3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관련 절차가 일제히 중단됐습니다. 이후에도 후임자 인선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1년 넘게 이사장직을 유임 중입니다. 이 밖에도 △한국에너지공단 △국토안전관리원 △신용보증기금 △국민연금공단 등도 임기가 올해 마무리됐지만 현재까지 교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임기가 곧 만료돼 기관장의 교체가 임박한 곳도 41곳에 달합니다. 당장 다음달(2026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곳은 △한국특허정보원 △중소기업은행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등 6곳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만 1년이 되는 2026년 6월로 기준을 확대하면, 1월 임기 만료를 포함해 총 41곳입니다. △인천항만공사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근로복지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종합하면 총 132곳의 기관의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됐거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인 겁니다. 현재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식물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꼭 필요한 조직인가"…대대적 '손질' 예고
 
2026년 정부 예산안은 727조9000억원으로 편성돼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이라는 타이틀을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2024년 기준 공공기관의 한 해 예산은 918조원으로 정부 예산 규모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40% 수준입니다. 정부 예산에 대한 송곳 검증만큼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실상은 전임 정부의 '알박기'와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인해 기관의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게다가 공공기관장의 공석 상태 혹은 불안정한 상태는 기관의 '시계 제로' 상태를 유발합니다. 단적인 예로 정책금융기관 수장들이 공석이거나 유임 상태로 유지가 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장기 공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에 대한 이재명정부의 '칼질'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최초로 생중계되고 있는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면서 공공기관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업무보고 당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네요"라고 물었는데요. 그러면서 "자료에 써진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3년이 돼가는데 업무 파악도 정확히 못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질타했습니다. 이 사장의 임기는 2026년 6월까지로, 사실상 교체 대상입니다. 
 
발언의 여파와 별개로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도 이 대통령은 사실상 '공개 질타'에 나선 바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놓고 야권 인사 혹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한 '교체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왔는데요.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탁월한 대답을 해서 이번 정부의 장관으로 내각으로 유임된 분도 계시다"며 "언제 임명이 됐느냔 문제는 매우 부차적인 문제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용주의 관점에서 '능력'에 방점을 찍겠다는 겁니다. 
 
이재명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작업은 단순히 기관장 교체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여당에서는 기관장의 임기와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사 공공기관의 통폐합 작업도 진행 중에 있는데요. 지난 8월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 통폐합도 해야 될 것 같던데,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더라"라며 별도의 지시를 내리고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습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도 김종철 한국고용노동교육원 부원장을 향해 "고용노동교육원 정원은 115명이고, 이것도 앞에서 본 것과 약간 겹치는 게 있다"며 "하도 많아서 비교가 안 되는데, 꼭 필요한 조직이란 말씀이시죠"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결국 부처별 업무보고가 종료되고 나면 공공기관장 알박기와 낙하산 인사 청산 작업을 포함하는 공공기관 통폐합 작업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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