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태산인데…당만 보면 '한숨'

성과는 가리고, 입법은 느리고
2주간 부동산만 10차례 언급
"반명입니까" 뼈 담긴 '경고장'

입력 : 2026-02-01 오후 4:24:2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지 한 달, 이재명 대통령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한·미 관세협상의 불확실성은 이미 '뉴노멀'(새 기준)이 됐지만, 국회의 대응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여기에 국회 입법이 정부의 행정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 채 '정치'에만 몰두하면서, 이 대통령의 답답함이 점차 표출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가 너무 느려서"…쏟아내는 '답답함'
 
이 대통령은 1일 오전에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을 비롯해 설탕 부담금 등 총 4개의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엑스·옛 트위터)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향해 "말 배우는 유치원생처럼 제대로 못 알아듣는 분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후 "설탕 부담금 논란, 어려운 문제일수록 토론해야 한다"며 "제도의 도입 여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고 냉정한 논쟁을 기대한다"고도 적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대도약을 위한 성장전략의 대전환'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회복과 정상화에 할애한 집권 1년 차를 넘어, 집권 2년 차부터 본격적으로 '성과'를 도출해 내겠다는 의지입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법을 바꿔 직접 정책 의제를 던지고, 정책 화두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X에서 지난 2주 동안 부동산 문제만 10차례 이상 언급했으며, 설탕 부담금 문제에 대해 4차례 적었습니다. 정책 이슈를 직접 언급한 건 23건이 넘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직접 SNS를 통해 정책 의제를 이끌어가는 건 답답함의 표출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집권 2년 차 성과 도출을 위해 풀어가야 할 문제가 많은데 국회 입법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올해 초 중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하며 외교 성과를 쌓았지만, 관세 협상 등 대외적 여건의 개선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출범) 8개월이 다 돼 가는데,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 방침에 대한 입법조차도 20%밖에 안 됐다"며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입법이 느리다"라는 임광현 국세청장에게 "아이, 참 말을…"이라며 "국회가 지금 너무 느려서 어느 세월에 (입법이) 될지 모른다. 그때까지 기다리실 거냐"고 직접 답답함을 나타냈습니다.
 
이틀 뒤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아 잠이 잘 안 오기도 한다"며 "입법과 행정 과정에 있어 속도를 더 확보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치도 외치도 급한데…민주당 '엇박자'
 
이 대통령이 답답함을 표출하는 대상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입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는 조치에 들어가면서 두드러졌습니다.
 
정부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통해 상호관세를 15%로 조정하는 관세협상에 나선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국회는 해당 조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예산 국회와 청문회 등을 이유로 법안의 처리는 늦어졌습니다. 결국 법안처리 지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의 명분으로 작용한 셈입니다. 다만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게다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입법 속도도 행정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1인 1표제나, 합당 문제는 당원들과 시간을 가지고 얼마든 논의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당이 이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행정과 입법의 괴리로 인해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본지와 만나 "청와대에서 국회를 보고 있으면, 무얼 하고 있나 의문이 들 때가 많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9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은 이 대통령이 직접 보낸 경고장이었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혹시 반명(반이재명)입니까"라는 뼈가 담긴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반명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우리를 갈라쳐서 싸움시키려는 것 아닌가. 이런 건 바로잡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거듭된 '명·청(이재명·정청래) 갈등' 논란을 불식시키고 '원팀'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하지만 지도부 만찬 이후에도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되레 1인 1표제나 합당 등 '정치적 이슈'에만 몰두했다는 겁니다. 또 정 대표의 '엇박자'는 정부 내 답답함을 키우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으로 참석하고 한반도 평화 구상인 'END 이니셔티브'를 발표했지만, 당이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하면서 성과를 가렸습니다. 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면서 당시 청와대가 직접적으로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번번이 당이 대통령의 성과를 가리고,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발목 잡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 이 대통령의 주도권 쥐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동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