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동지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으로부터) 큰 선물이 도착했다"며 이란과의 협상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베네수엘라 모델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제거'에도 이란의 반격이 거세지자 새로운 출구 전략을 꺼내든 겁니다. 이에 따라 선 휴전-후 협상 방식을 취했던 '가자지구 평화 협상'이 플랜 B로 급부상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사기 근절 태스크포스' 설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위급 협상' 전면에…핵 저지 명분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측으로부터 "매우 큰 선물"을 받았다고 공개했습니다. 그는 이란이 제공했다는 선물에 대해 "그 선물이 뭔지 당신들에게 알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것은 엄청난 금액의 가치가 있는 매우 큰 선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핵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며 "석유·가스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것(선물)이 내게 보여준 것은 우리가 올바른 사람들과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이란에) 더 이상 어떤 핵무기도 없어야 하고, (우라늄) 농축도 하지 않겠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 중인 이란과의 협상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의 협상이 고위급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자신을 비롯해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협상이 참여 중이라며 "(미사일) 한 발이면 발전소를 파괴할 수 있었지만, 협상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류한 것"이라고 협상 상황을 거듭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셀프 승리' 역시 재차 언급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의 지도부를 모두 죽였다. 이제 우리는 (이란에서) 새로운 집단을 갖게 됐다"며 "우리는 (이란의) 한 집단의 사람들과 상대하고 있으며, 그들은 곧 드러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쟁에서 미국이 이미 승리했다"고 재차 규정한 뒤 이란을 향해 "그들은 군사적으로 완전히 궤멸됐다"고 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켄터키주 히브런에서 열린 연설 집회에서 "우리가 이겼다"며 "(전쟁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이겼고 전쟁은 끝났다"고 돌연 '셀프 승리'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을 언급, "(그들은) 협상을 원하지 않았고 매우 실망했다"며 내부 의견 차를 실토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예상치 못한 26일째 '전쟁'…'선 휴전' 출구 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최전선에 띄우는 건 중동 전황의 영향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지만 하메네이 '제거'에도 전쟁은 26일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에 따라 자신감을 얻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도 '베네수엘라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란 내부 봉기를 통한 신정 체제의 몰락을 현실화되지 못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정치적 수세에 몰린 상황입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평화 협상'이라는 플랜 B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미 가자지구 평화 협상안을 만들었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를 통해 이란 측에 15개 항목의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 이 과정에서 1개월간 휴전을 내걸었는데요.
군사 위협을 우선 제거하고 경제 재건 등 협상에 나섰던 '가자 평화 구상' 20개 조항이 이번에도 유사하게 적용됐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국제사회 제재 전면 해제 △미국, 부셰르 원전 발전 등 민간 핵 프로그램 지원 △이란 합의 위반 시 자동 제재 복원(스냅백) 폐지 조항을 통해 전쟁의 명분인 △핵 능력 해체 △핵무기 포기 약속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우선 휴전 후 자신의 명분을 살리기 위해 핵 프로그램 개발 제한을 요구하고 제재 전면 해제라는 경제적 실익을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란은 이제 협상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수 있어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하마스가 거의 궤멸 상태였던 가자지구 모델과는 다르다. 이란의 현 체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한 이후에야 가자 모델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베네수엘라 모델은 이미 가능하지 않고,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휴전과 협상으로 가려는 가자 모델에 가깝다"면서도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수부대 투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양상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