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차업계 ‘명암’…완성차 ‘웃고’ 부품사 ‘울고’

차 수출 ‘환차익’ 실적 개선 기대
재료 달러 결제…원가 상승 직면

입력 : 2025-12-19 오후 1:54:18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환율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자동차업계에 상반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완성차업체는 환차익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지만, 부품사들은 달러 결제로 인한 원가 상승에 직면했습니다.
 
경기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환율에 민감한 업종으로 꼽힙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으며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 발표와 국내 정치 불안, 기업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이 겹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모습입니다. 외환 당국은 1500원 돌파 가능성을 경계하며 시장 개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단기간 내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 판매 비중이 각각 80%를 넘어섭니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환산할 때 환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원화 수익을 거둡니다. 수출 물량이 많은 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 변화 폭도 상당합니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율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전망입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2조2000억원, 기아는 1조3000억원가량 늘어난다”며 “관세와 물류비 상승에도 환율 효과로 실적 방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차량이 많을수록 환율 효과는 커진다는 설명입니다. 
 
현대차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정책 우려에도 불구하고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환율 효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관세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높은 환율이 수익성을 떠받치면서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향후 관세 부담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52라인. (사진=현대차)
 
반면 부품사들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주요 원자재를 수입할 때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부품사들은 환율이 오를수록 원가가 급증합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중간재 수입 대금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타격은 더욱 큽니다.
 
중소 부품사들의 타격이 특히 큽니다. 완성차업체와 이미 정해진 납품 단가 때문에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구매 비용은 늘어나는데 납품가는 그대로여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부 업체는 적자 전환 우려까지 제기됩니다.
 
부품사들도 수출을 늘려 환율 상승 효과를 일부 누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부품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완성차만큼 높지 않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외 수요도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사일수록 환율 상승은 독이 됩니다. 수출로 얻는 이익보다 수입 원가 상승폭이 훨씬 크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시장 부진도 부품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킵니다. 높은 금리와 소비 위축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 환율 효과만으로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입니다.
 
대통령실도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8일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롯데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 7개 기업 관계자와 환율 대응 긴급 간담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고환율 흐름이 수입 물가를 통한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응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입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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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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